2월 상승률 3.7% 5개월째 3%대
국제 유가 급등에 석유류 지속 인상
곡물값 오르며 가공식품 동반 오름세
전문가 "한국 성장률 2%대 갈 수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글로벌 에너지·식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로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들어설 경우 공급망 경색으로 물가 상승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지난해 10월(3.2%) 이후 5개월째 3%대 상승세를 이어갔다. 소비자물가가 5개월 이상 3%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18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했던 2010년 9월~2012년 2월 이후 약 10년 만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국제유가 등을 반영하면 이달 소비자물가는 4%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1년 12월(4.2%) 이후 나온 적 없는 수치다.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석유류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게 주 원인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24.2원 오른 리터(ℓ)당 1764.0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7주 연속 상승세다. 전국 주유소 경유 판매 가격도 전주보다 26.8원 상승한 ℓ당 1591.3원을 기록했다.

통상 국제 에너지 가격이 3주 가량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달부터 본격화된 우크라이나 사태가 기름값을 더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국내 수입 원유 기준인 두바이유 현물 가격(싱가포르 거래소)은 지난 4일 기준 배럴당 108.8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하순 90달러 안팎을 기록하다가 110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급등한 것이다. 동북아 지역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지표인 JKM은 같은 기간 100만BTU(열량단위)당 25달러 선에서 38.65달러(4일 종가)로 올랐다.

밀가루 등 국제 곡물 가격도 치솟고 있다. 주요 밀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교전으로 인해 공급망 교란이 발생하면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량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각)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5월물 밀 선물가격은 5.35% 상승해 부셸당 9.8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부셸당 9.85달러에 거래됐던 2008년 4월4일 이후 최고치다. 국제 밀 가격 상승은 국내 제분업계가 생산하는 밀가루 가격 인상을 자극해 가공식품류 가격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로 수요가 회복될 경우 소비자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 역시 악재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 한다면 수출 주도형 경제인 한국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원자재 가격 압력은 몇몇 신흥국 시장에서 통화가치 평가절하를 이끌고 수입 물가를 통해서 인플레이션을 고조시킬 것"이라면서 "중국·터키·한국·일본·인도·인도네시아 등과 같은 수입국들에 가장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급망 등의 문제로 안 그래도 전 세계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나왔는데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된다"며 "한국의 성장률이 2%대 초반까지 떨어지고 물가가 4% 정도 나오면 우리나라에도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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