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치로 불 지른 강릉 방화범 구속 울진 산불, 길가 담뱃불 발화 추정 실화자 솜방이 처벌·검거율 낮아 처벌 강화 등 근본적인 개선 필요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등 동해안 일대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면서 산림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여의도 면적의 49배에 달하는 산림이 피해를 입었다. 특히 강한 바람이 이어지면서 산불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 순간 막대한 국가적 피해를 가져오는 대형 산불의 원인이 고의성 발화나 담뱃불 실화, 논·밭두렁 태우기 등 개인의 사소한 부주의로 시작된다는 점에서 산불 가해자에 대한 보다 강력한 법적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강릉 옥계와 동해시 일대를 이틀째 잿더미로 만든 옥계 산불은 60대 방화범의 소행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남성은 토치 등으로 자택과 빈집에 불을 질러, 현재까지 옥계와 동해 일대 87개 시설과 산림 1850㏊가 소실되는 피해를 입혔다. 경찰은 이 남성을 현주건조물 방화, 일반건조물 방화, 산림보호법 위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한 경북 울진에서 시작해 강원 삼척으로 확산한 울진·삼척 산불은 운전자가 길가에 버린 담뱃불이 산으로 옮겨 붙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산림 당국은 울진에서의 산불이 최초 보행로가 없는 왕복 2차선 도로 옆 배수로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발화 시간대에 몇 대의 차량이 발화지를 지나간 이후 발생한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산불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지난 4일부터 동시 다발적인 동해안 일대 산불로 축구장 면적(0.714㏊)의 1만6331배에 달하는 1만1661헥타아르(㏊)의 산림이 소실됐고, 특히 건조한 기후에 강한 바람까지 더해지면서 피해 면적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해마다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음에도 실화자에 대한 처벌 수위는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현행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타인 소유의 산림에 불을 지른 자는 5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실수로 산불을 냈을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하지만, 산불 가해자를 검거하더라도 방화 등 고의가 아닌 과실범 또는 초범, 고령인 경우 대부분 약한 처벌을 받고 있다.
또한 산불이 발생한 점은 인정되나 재판 과정에서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산불 실화자 검거율도 낮은 실정이다. 최근 10년간(20011∼2020년) 전국에서 발생한 474건의 산불 중 산불 원인 제공자 검거 건수는 197명으로 검거율이 41.7%에 그쳤다. 지난 2020년에는 620건 중 246건만 검거해 검거율이 39.7%로 더 낮아졌다. 산림청 관계자는 "지난 2월 중순부터 산림청과 지자체 소속 산림사법특별경찰관을 활용해 산불 가해자 검거 및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6일 강원 삼척시 원덕읍에서 산불이 계속되는 가운데 사곡리 일대 산림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