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를 나흘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 화재 사고가 발행했다. 특히 강원도와 경북지역까지 이어진 산불은 최근 10년 내 최대 규모다. '선거·짝수 해 산불 악몽'이 또 다시 재현됐다.
지난 4일 오전 11시 17분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난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강원 삼척시 원덕읍까지 확산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또 같은 날 강릉에서도 오후 10시 20분께 성산면 송암리 영동고속도로 인근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했고, 5일 오전 1시 20분께는 옥계면 남양리에서 산불이 나 동해 시내로 번졌다.
4일 낮 12시 45분께 영월군 김삿갓면 외룡리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도 5일 오후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5일 오후 3시 현재 주택 159채를 포함해 216개 시설이 소실되고, 산림 6352ha(울진·삼척 6066ha·강릉 286ha)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했다. 축구장 면적 8000개가 넘는 최근 10년 내 최대 규모다.
이 밖에도 밤새 경남 함양군 마천면의 한 산에서도 불이 나 9시간여 만에 진화됐고 부산 금정구 회동동 아홉산에서도 불이 나 임야 6천600여㎡를 태우고 6시간여 만에 불길이 잡혔다.
앞서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발생해 대모산으로 옮겨붙은 불도 약 5시간 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선거가 치러지는 해 대형 산불이 발생했던 과거 악몽이 다시 살아나는 모양새다. 강원 동해안은 지역 특성상 2월에 많은 눈이 내리는데 올해는 2월 눈 내린 날이 1일 3.3㎝, 10일 0.1㎝에 불과했다.
이 기간 동해 강수량도 11.6㎜에 그쳐 평년의 89.5㎜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바짝 마른 상태여서 자치단체마다 긴장 속에 산불예방 대책을 추진했지만, 결국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특히 강원도 내에서는 선거가 치러지던 해 대형 산불을 수 차례 겪었다. 제15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던 1996년 4월에는 고성에서 산불이 발생해 산림 3762ha가 잿더미로 변하고 마을 주택 227채가 불에 타 주민 200여 명이 돌아갈 집을 잃었다.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던 1998년에는 강릉과 동해에서 산불이 나 각 301㏊와 256㏊의 산림이 사라졌다.
제16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2000년 4월에는 고성, 삼척, 경북 울진까지 백두대간 2만3913㏊가 초토화돼 여의도(290㏊)의 79.8배 규모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제17대 국회의원 선거가 시행됐던 2004년에는 속초 청대산(180㏊)과 강릉 옥계(430㏊)에서 산불이 났다.
제7회 지방선거가 있던 2018년 2월과 3월 삼척과 고성에서는 각 161㏊와 356㏊의 산림이 불에 타버렸다.
강원도 관계자는 "다음 달 17일까지 '대형산불방지 특별대책 기간'으로 정해 총력 대응하는 상황에서 대형산불이 나 안타깝다"며 "산불 조심 기간이 끝날 때까지 행정력을 모아 이번 산불 피해 복구 및 예방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김대성기자 kdsung@dt.co.kr
지난 4일 오후 강릉시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동해시까지 확산한 가운데 5일 묵호항 인근 주택가의 주택과 건물들이 화염에 휩싸여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