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제안했다. 송영길 대표는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권한 완화, 국회의원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개혁방안을 제시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필요성과 공감대가 형성된 방향이다. 그러나 시기가 문제다. 대선까지 불과 13일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돌연 개헌과 선거제 개혁을 들고 나온 것은 결코 선거 판세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박빙이긴 하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열세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 권한 분산과 선거제 개혁을 통한 다당제로의 전환 등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나 새로운물결의 김동연 후보 등이 주장해온 바다. 결국 송 대표의 제안은 두 후보를 포함해 심상정 정의당 후보까지 아우르는 선거 연대를 염두에 둔 전략인 셈이다.

송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지난 정치를 반성하고 새롭게 달라지겠다고 약속하는 게 선거"라며 "지금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치교체를 하지 못하면 180석 민주당의 직무유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말인즉슨 옳다.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은 오랜 숙제다. 그러나 왜 하필 지금이냐는 것이다. 대선용 정치공학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민주당은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2019년 기형적 연동형비례대표제라는 선거법 개정을 단독 처리함으로써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출현시킨 전력이 있다. 자당에 유리한 선거제를 만들기 위한 꼼수가 '괴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민주당의 제안에는 대선 결선투표제, 지방선거 3인 이상 중대선거제,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총리 인사제청 절차 법제화 등도 포함돼 있다. 실행된다면 정치문화의 일대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번 제안은 사실 대선과 상관없이 언제든 논의할 수 있는 과제들이다. 송 대표의 발언을 뜯어보면 정권재창출이 되어야만 이뤄질 수 있는 것으로 유권자들이 오해할 여지가 있다.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더라도 180석이라는 과반 이상의 입법 권력을 쥐었기 때문에 새 정부와 얼마든지 협의해 추진할 수 있다. 이 점은 안 후보가 "그렇게 소신이 있으면 그렇게 실행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냉소적 반응을 보인 데서도 알 수 있다. 정치 선진화를 위한 개헌·선거제 개혁은 나무랄 게 아니나,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뜬금없이 제안한 것은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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