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산업 사고 시작으로 줄줄이
고용부 수사인원은 정원 미달
정부 준비 미흡속 불안한 스타트
건설업계는 삼중규제 우려까지



오는 27일이면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시행된지 한 달이 된다. 이 기간 동안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채석장 토사 붕괴, 판교 신축공사장 승강기 추락사고, 여천NCC 공장 폭발사고 등 굵직한 사고가 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지고 있다. 바로 이틀 전인 22일에도 사망 사고가 2건이나 발생했다.

심지어 대선후보도 중대재해법을 피해가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건설업계에서는 CEO(최고경영자)와 현장책임자 등 관리자들이 매일 출근 전 "오늘도 무사히"라는 기도를 한다는 한숨 섞인 푸념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애시당초 예방보다 처벌에 무게를 둔 '이중규제'라는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 현재까지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따지기 위해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은 총 3건이다.

지난달 29일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채석장 토사 붕괴사고, 지난 8일 판교 신축공사장 승강기 추락 사고, 11일 여천NCC공장 폭발사고 등이다. 이 중 중대재해법 1호 사건으로 지목되는 삼표산업에 대해서는 고용부가 지난 21일부터 전국 사업장에 대해 특별감독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추가 사고가 이어지면서 중대재해법 수사 대상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22일에는 쌍용 C&E 동해공장에서 시멘트 생산 준비를 하던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제주대 기숙사 공사현장에서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23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유세버스 사망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당초 산업계에서는 처벌을 통해 중대재해를 막고자 한 현 법안의 취지에 대해 우려를 표해왔다. 원청-하청간 책임 소재가 불명확한 데다 면책 조항마저 없다는 점, 여기에 산업계 목소리가 충분히 담기지 못했다는 점에서 과잉처벌은 물론 실효성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임이자 국회의원이 고용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월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발생한 사망사고는 64건으로 전년보다 6건 줄었지만, 사망자 수는 75명으로 3명 오히려 늘었다. 64건의 산재 사망사고 중 41건(64%)은 상시근로자 수가 50인 미만이거나 공사금액이 50억원 미만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정부 기관조차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임 의원에 따르면 고용부의 중대재해 수사 인력은 1월말 기준 741명으로 정원(815명)도 미치지 못했으며, 이달부터 3월까지 77명의 신규 임용이 예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은 중대재해법 시행 첫날 입장을 내고 "입법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과잉처벌에 대한 우려와 실효성 논란에 시달려왔다"며 "선진국처럼 사후처벌보다 사전예방 위주로 안전보건 체계를 확립하고 기업경영 위축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대재해법에 가장 잘 걸릴 수 있는 건설업은 초비상이다. 국회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법에 이어 '건설안전특별법'까지 상정했기 때문이다. 이중규제를 넘어 '삼중규제'까지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 법은 발주·설계·시공·감리자 등 건설참여 주체별로 안전 책무를 명확하게 부여한 특별법으로, 건설공사에만 적용된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14개 건설단체 명의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작년 12월 정부·국회 등에 제출했다.

이 법은 당초 이달 중 국회에서 논의가 될 예정으로 알려졌지만, 대선 등과 맞물리면서 다소 지연되는 분위기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규제가 워낙 강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규제를 이중, 삼중으로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제도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사회적으로 플러스가 있고 마이너스가 있는데 준비가 너무 소홀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어 "시장에서는 어떤 식으로는 피해가는 방법이 나올 것이고, 이에 대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실정"이라며 "사고를 낮추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지금과 같은 방법이 반드시 필요한지 생각해 볼 부분"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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