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국제유가 상승은 모든 산업계에 원가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가 압박이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매출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로 가장 큰 우려가 되는 것은 유가 등 에너지 가격 급등이다. 러시아는 주요 원유 생산국이면서 세계 1위의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긴장 고조 영향으로 국제유가는 브랜트유 기준 배럴당 95달러를 돌파했고, 12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직접적인 영향도 우려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러시아로부터 가장 많이 수입하는 품목은 나프타(25.3%)고, 두 번째가 원유(24.6%)다. 러시아의 나프타,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국내 산업계는 당장 대체재를 구해야 하는 비상 상황을 맞게 된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반도체 노광공정에서 필수 요소인 네온 가스의 약 70%를 공급하고 있다. 이 제품은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했을 때에도 600% 가량 폭등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과거 일본이 반도체 소재들에 대해 수출 규제를 강화한 이후 주요 소재에 대한 공급망 다변화와 재고 조절에 대해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면서도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철강 업계 역시 이미 치솟은 철광석 시황을 더 부추길 수 있어 원가 압박이 한층 더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작년 11월 기준 톤당 80달러 대였던 철광석 가격은 이달 들어 130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철광석의 경우 우리나라가 러시아나 우크라이나로부터 수입하는 물량은 거의 없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세계 5~6위권의 철광석 산지인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정유·화학업계도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이 수입하는 원유 중 러시아산의 비중은 5.6% 수준으로 직접적인 수급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 정세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유가 시장 전체에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완성차 업계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전반적인 시장 위축을 우려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는 3만8161대, 기아는 5만1869대를 러시아에 수출했다. 우리나라 완성차 전체 수출 물량 중 러시아 수출 비중은 4.5% 정도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내수 판매 감소와 부품 공급 차질 등이 있을 수 있는데, 현재 정해진 바는 없고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공장이나 법인을 운영 중인 한국 기업들은 비상 체제를 가동하며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법인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체류 중이던 주재원들을 모두 귀국시킨 상태다. 현지 법인은 현재 가동 중이며, 러시아 내 생산·판매법인은 정부 방침이 정해지면 즉각 한국 체류 직원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혜인·이상현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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