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현 화백이 국제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개인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하종현 화백이 국제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개인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나는 엉뚱한 짓을 많이 했어요. 끈질기게 하다 보니까 지금까지도 마대·물감과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단색화의 선구자 하종현(87) 화백은 지난 15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으로 국내 관람객을 만난다.

개막일 전시관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한자리에 가만히 있기 싫어해 내 작품을 보면 시기마다 돌변한다"며 "외국 사람들이 볼 때 '한국 사람이 이상한 짓을 많이 했구나' 하고 작품들에 상당히 관심을 많이 가져주더라"고 말했다.

이어 "물질과 물질이 만나 하나의 또 다른 작품이 되기에 자연스럽게 새로운 작품이 나온다"며 "나 같이 일만 하는 사람에게는 쌓아놓은 작품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평생을 그림을 그려도 아직까지 작품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며 "뭔가 열심히 하면 또 될 것 같아 멈출 수 없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하종현 화백이 국제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개인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하종현 화백이 국제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개인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이번 개인전은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화두 아래 평생 유화를 다뤄온 하 화백의 색채에 대한 지속적인 실험과 물성 탐구의 결과물을 조망하는 자리다.

특히 기존의 '접합'(Conjunction) 연작과 여기서 비롯된 다채색의 '접합', 그리고 새로운 방법론의 '이후 접합'(Post-Conjunction) 연작 등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쉼 없이 진화·확장되고 있는 작가의 작업세계를 일괄한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접합' 작업은 수십 년 동안 하종현의 대표 연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작가는 올이 굵은 마포 뒷면에 두터운 물감을 바르고 천의 앞면으로 물감을 밀어 넣는 배압법으로 노동집약적이고 독창적인 기법을 구축했다.

'접합'의 방식과 형태를 고수하되 색에 대한 동시대적 고민이 반영된 다채색의 '접합' 신작에서는 캔버스 뒷면에서 만들어진 작가의 붓 터치와 함께 흰색이 섞인 색의 그라데이션이 강조된다.

'이후 접합' 연작은 기존 '접합' 연작의 주요 방법론이었던 배압법을 응용해 색과 형태뿐 아니라 회화의 화면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 자체를 재해석하고 탐구한 작업이다.

나무 합판을 일정 크기의 얇은 직선 형태로 자른 후, 그 개별의 나무 조각을 일일이 먹이나 물감을 칠한 캔버스 천으로 감싸는 작업으로 시작된다.

한국전쟁 직후 작가가 주로 활용한 재료인 마대 자루, 밀가루, 철조망 등이 시대를 직접적으로 반영했다면, 현재 그가 '이후 접합'에서 사용하고 있는 재료는 더 이상 시대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후 접합'에서 나무 조각의 사용은 물성 탐구의 연장선으로서 회화와 오브제의 '접합'을 이루고, 새로운 회화적 평면을 창조하며 '접합'의 범주를 확장하는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진다.

국제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하종현 개인전 전경. <사진=박은희 기자>
국제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하종현 개인전 전경. <사진=박은희 기자>


경남 산청 출신인 하종현 화백은 1959년 홍익대 회화과 졸업 후 홍익대 미술대학 학장과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을 역임했다. 밀라노 무디마 현대미술재단(2003), 경남도립미술관(2004),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2012)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했다.

국립현대미술관 '한국의 단색화'(2012),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병행전시 '단색화'(2015), 벨기에 보고시안 재단 '과정이 형태가 될 때: 단색화와 한국 추상미술'(2016), 상하이 파워롱미술관 '한국의 추상미술: 김환기와 단색화'(2018) 등 주요 단색화 그룹전에도 참여했다.

작품은 파리 퐁피두 센터를 비롯해 중국 박시즈 미술관, 네덜란드 보르린던 현대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MoMA), 구겐하임 미술관, 시카고 미술관, 홍콩 M+, 도쿄도 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등 주요 미술기관에 소장돼 있다.

이번 개인전을 마친 후 오는 4월 베네치아 비엔날레 기간에 현지에서 회고전이 연다. 9월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블럼&포갤러리, 내년에는 파리 알민 레쉬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다.박은희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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