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중국 당국의 전략산업 투자 요구에 적극 호응 중국 유일의 D램 양산 회사 창신메모리 1.5조원대 증자에 참여 중국 알리바바가 중국의 D램 업체 증자에 참여하는 등 '반도체 굴기' 지원에 나서 주목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 당국이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에 전략 제조업 투자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18일 중국 시장정보 사이트 치차차에 따르면 알리바바 등 19개 회사와 기관이 중국 D램 제조사인 창신메모리의 모회사 루이리반도체에 83억9000만 위안(약 1조5800억원)을 신규 출자해 이 회사의 주주가 됐다.
이번 증자로 루이리반도체 자본금이 402억 위안(약 7조6000억원)에서 486억 위안(약 9조2000억원)으로 20%가량 늘어났다. 이 중 알리바바의 참여 지분은 공개되지 않았다.
루이리반도체는 안후이성 정부 산하 투자기관들과 중국 중앙정부 주도의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인 '대기금'(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이 과반 지분을 보유한 국유기업이다.
이로 미뤄볼 때 알리바바는 경영참여 목적보다는 자금 지원 차원에서 증자에 합류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창신메모리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인 D램을 양산하는 회사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사 SMIC와 칭화유니 등과 더불어 중국의 '반도체 자급' 목표를 위한 핵심 회사 중 하나다. 칭화유니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양산하는 양쯔메모리(YMTC)와 스마트폰용 시스템온칩(SoC) 전문 제조사인 UNISOC를 거느리고 있다.
창신메모리는 안후이성 정부 주도로 지난 2016년 설립됐다. 자본금 외에 중국 국가투자은행이 160억 위안(약 3조원)을 투자하는 등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2019년 9월부터 현재 세계 D램 시장의 주력 제품인 DDR4 양산에 들어갔고, 2020년 5월부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D램 시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이 9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는 3강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창신메모리는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려 세계 4위권 자리에 안착하는 중이다.
중국 궈진(國金)증권은 작년 9월 보고서에서 창신메모리의 월 생산량이 2020년 말 기준 웨이퍼 4만장에서 2022년에는 20만장으로 늘어나 월 생산량이 30만장대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을 뒤쫓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알리바바의 증자 참여는 창신메모리가 아직 이익이 본격화하지 않은 가운데 본격적인 생산량 확대를 위해 막대한 추가 투자가 필요한 시기에 이뤄졌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첨단 연구개발 능력을 갖춘 것은 물론이고 이익이 본격적으로 날 때까지 '돈을 불태운다'고 말할 정도도 막대한 자금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알리바바의 이번 투자도 중국 국가 주도 '반도체 자급' 프로젝트에 힘을 보태는 '투자 보국'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D램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상태에서 알리바바의 막대한 자금력이 중국의 한국 메모리 산업 추격에 활용되는 셈이다.
중국 당국은 최근 빅테크가 가진 막대한 자본을 '가상 경제'가 아닌 자국 전략산업 발전 육성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경기가 급랭 중인 가운데 정부 주도의 첨단산업 자금 지원이 점차 힘에 부치자 '통제 가능'을 전제 조건으로 민간 자금을 활용하는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2020년 10월 마윈의 '설화(舌禍) 사건'을 계기로 대대적인 '빅테크 길들이기'에 나섰고, 그 결과 빅테크들의 사업이 크게 위축됐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플랫폼 경제의 건강한 발전에 관한 약간의 의견(지침)'에서 반도체 칩,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블록체인, 운영체계 등을 투자 권장 분야로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 빅테크의 참여를 독려했다.
그러자 대형 인터넷 기업들은 중국의 새 방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공언했다.
장융 알리바바 회장은 최근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 운영 인터넷 매체와 인터뷰에서 알리바바가 사회에 '긍정적 기여'를 할 것이라고 약속했고, 마화텅 텐센트 회장도 '국가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겠다고 공언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