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교체 동의한 모든 세력과
연합해 국민통합정부 구성할것"
'적폐수사' 발언 尹과 차별화
박정희·이승만 묘역 참배도
전문가 "반등 카드로는 역부족"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1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1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4일 '국민통합'을 앞세워 중도·보수층 공략에 나섰다.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분향·헌화한 이 후보는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 외에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또 '이재명 정부'라는 표현을 대신해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하고, 4년 중임 대통령제 등 임기 내 개헌을 추진할 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임기 단축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선까지 불과 2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통합' 카드로 전략적 외연 확장을 꾀해 지지율 반등을 이루겠다는 노림수로 읽힌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통합정부'만으로는 이 후보가 직면해 있는 여러 위기를 돌파할 타개책으로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뒤 "공은 기리고 과는 질책하되 역사의 한 부분으로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이승만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후보는 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국민의 대표가 되려면 특정 개인의 선호보다 국민과 국가의 입장에서 어떤 것이 조금 더 바람직한지 생각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19대 대선 경선 당시에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에 참배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5년 전 대선 경선 때는 '양심상 독재자와 한국전쟁 때 한강 철교 다리를 끊고 도주한, 국민을 버린 대통령은 참배하기 어렵다'고 말씀드린 일이 있다"면서 "5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저도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저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감도 많이 바뀌고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방명록에 "선열의 뜻을 이어 위기에 강한 통합대통령, 유능한 경제대통령이 되겠다"고 적었다.

이 후보는 참배 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사거리에서 위기극복·국민통합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 양극화와 저성장, 기후변화, 디지털 전환, 국제 패권 경쟁이라는 위기가 우리 앞에 닥치고 있다. 위기극복을 넘어,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면 국가의 인적 물적 역량을 최대치로 활용해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이념과 진영을 가리지 않고, 유능한 인재를 등용해 진정한 국민통합을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선거 과정과 무관하게 정치교체와 국민통합에 동의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연대 연합해서 국민내각으로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가칭 '국민통합추진 위원회'를 만들어 국민통합정부의 토대를 다지고, '이재명 정부'라는 표현도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또 국무총리 국회추천제와 대통령 4년 중임제 등 개헌을 임기 내에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후보는 "총리에게 각료 추천권 등 헌법상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 부총리 중심으로 각 부처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 성과로 국민에게 평가받게 하겠다"면서 "임기 내에 합의가 어려운 전면개헌이 아닌 합의 가능한 것부터 순차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환경위기 대응 책임을 헌법 전문에 명시하고, 경제적 기본권을 포함한 국민의 기본권 강화, 지방자치강화, 감사원 국회이관 등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도 분산하는 내용의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이 후보는 4년 중임제 개헌을 위해서 임기단축도 수용하겠다면서 개헌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번 대선은 통합정치와 정치보복, 민주주의와 폭압정치가 결정되는 역사적 분기점"이라며 "유능한 민주국가가 될지, 복수혈전과 정쟁으로 지새우는 무능한 검찰 국가가 될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정치세력 교체를 넘어 정치 자체가 교체돼야 하고, 정치교체를 통해 삶의 터전인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묻지 마'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 세상교체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가 '통합'을 내세운 것은 '적폐수사'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차별화를 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가 '이재명은 통합, 윤석열은 분열'이라는 프레임 대결을 유도하고 있으나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후보의 적폐수사 발언 이후 나타난 여권의 지지층 결집 효과를 오히려 상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크고 진보진영의 논리적 기반으로 삼고 있는데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인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 후보 위기는 진영의 위기이자 이 후보에 대한 신뢰의 위기인데 '국민통합'을 외친 것만으로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며 "구조적으로 선거를 바꿀 회심의 카드가 더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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