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하던 한국경제호에 비상등이 켜졌다. 1월 25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성장률 전망을 3.3%에서 3.0%로 낮춘 것이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주요 교역상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성장 전망이 각각 1.2%p, 0.8%p 하향 조정된 여파다. 이들보다 하락폭이 작아 비관적 상황은 모면했지만, 문제는 3% 성장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IMF도 성장률이 추가로 낮아질 가능성을 숨기지 않고 있다.
상황이 바뀐 가장 큰 이유는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한 물가 급등세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0%로 40년 내 최고치였다. 한국(3.7%)도 그만큼은 아니지만 2011년 이후 가장 높았다. 코로나로 물건을 만들고 운반할 사람이 부족해서 병목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놀란 중앙은행들은 코로나플레이션(Coronaflation)에 대응하여 긴축 고삐를 조이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부터 금리를 3회 올렸고, 금년 중 한두 번 더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은행도 3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연준은 공격적으로 금리를 움직이는 경향성을 보였기 때문에 미국 금리는 단기간 내 2% 수준이 될 것이다. 주요국 환율도 크게 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1180원 수준이었던 원·달러 환율도 최근 1200원을 돌파했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은 투자를 망설이게 된다. 금리 인상이 더해지면 경기는 더욱 위축되어 성장률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한국 경제는 최악의 시나리오 하에서 2% 초·중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 혹독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가계와 기업의 고통이 커질 것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에게 일시적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이 또한 유럽과 일본에 비해서는 소폭이기 때문에 불만은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금년 3월이면 자영업·소상공인 대출의 원리금 상환 유예조치가 종료되므로 불만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영끌·빚투로 부동산 투자에 나섰던 많은 가계의 원성도 커질 것이다. 5월 출범하는 새 정부는 3% 성장을 달성하고 가계와 기업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금리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게 될 것이다.
밝은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원칙에 충실하게 경제를 운용해야 한다. 한국은행은 물가 급등에 대응하여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필요하다면 지체없이 금리를 더 올려야 할 것이다. 재정도 건전 기조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자영업·소상공인 등 어려움을 겪는 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은 강화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 재정대책은 자제해야할 것이다.
특히 1980년대 후반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당시 일본은행은 플라자 합의로 인한 엔고의 고통을 줄여달라는 기업들의 압력에 굴복하여 금리를 올려야 할 시기에 역주행했다(1985년 5.0%→1987년 2.5%). 금리 인하가 약효보다는 부작용만 클 가능성이 높은 것은 3% 성장에 못미치더라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잠재성장률을 넘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대체로 호조세였다. 지난해 상장기업은 IT, 헬스케어와 필수소비재 등 대부분의 업종에서 약진했다. 중소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금리인하보다는 규제 완화, R&D 지원과 같은 근본처방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성장잠재력을 높여가는 일은 잠시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다음 달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서 유능한 지도자의 선택이 절실하다.
새로운 리더십의 첫 번째 요건은 끊임없이 혁신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과거의 성공방정식을 과감히 버리고 한 차원 높은 성장동력을 발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경제가 탄탄한 궤도를 달릴 수 있도록 든든한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바로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복지제도를 구축하는 일이다.
긴 안목을 가지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서 구체적이고 지속가능한 실천계획을 만들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 그런 지도자가 선택되면 한국 경제는 코로나란 태풍을 뚫고 기적적인 항해로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