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후보들 철저한 준비성 돋보여…재생에너지 등 일부 후보 취약점 드러나 보완해야"
3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심상정·이재명·윤석열·안철수 대선후보(왼쪽부터)가 토론회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3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심상정·이재명·윤석열·안철수 대선후보(왼쪽부터)가 토론회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20대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TV토론회의 제1막은 '네거티브보다 정책대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양강 구도를 형성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가족 리스크' 등이 부각되는 네거티브 공방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으나 정책에 중점을 둔 토론 중심으로 진행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여야 4당 대선후보는 3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KBS·MBC·SBS 지상파3사 공동주관으로 첫 TV토론회를 가졌다. 대선후보 4인방이 모두 참여하는 첫 토론회라는 점에서 국민적 주목을 받았다.

후보들은 첫 토론회에서 부동산 정책과 안보·외교, 일자리·성장 정책 등을 두고 자웅을 겨뤘다. 윤 후보가 이 후보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을 공격 포인트로 삼으면서 네거티브 양상을 보이기는 했으나 대체로 주제에 맞는 정책대결이 진행됐다.

◇4인4색 부동산정책=대선 후보 4인방은 이날 토론에서 취임 직후 손질할 부동산 정책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대대적 공급 대책'을 약속했고, 윤 후보는 '대출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집값을 하향시키겠다는 '정치권의 합의'를 거론했다. 이 후보는 "부동산 문제로 국민께서 너무 많이 고통을 겪었다"며 "수요와 공급이 적절하게 작동하는 시장에서 주택 문제 해결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공급을 억제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대적 공급 확대 정책을 제1정책으로 해서 국민들이 내 집을 마련해 주택이 안정될 수 있도록 대대적인 공급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내 집이든 전셋집이든 일단 집을 구하는 데 걸림돌 되는 제도들을 제거하겠다"면서 "먼저 대출 규제 완화해서 집 사는데 대출받을 수 있게 하고 7월이면 또 임대 기한 만료돼서 전셋값 상승이 예상돼서 임대차 3법 개정을 먼저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부동산 정책 목표는 주거 안정"이라며 "주택 가격 안정이 필요해 제가 대통령이 되면 바로 많은 공급을 통해서 집 없는 사람들이 자기 집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자가 보유율 61%인데 임기 말까지 80%까지 올리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다. 심 후보는 "집값 안정이 가장 시급하다"며 "지금 집값을 최정점이고 집값 하향 안정시키겠다는 정치권의 합의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땅과 집으로 돈 버는 시대 끝내겠다는 합의가 이뤄지겠다"며 "공급 정책으로 44% 집 없는 서민들에게 우선적으로 정책 중심이 주어져야 한다는 정치권의 합의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대장동 맞대결은 무승부=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의혹도 부동산 공방에서 빠질 수 없는 최대현안으로 떠올랐다. 윤 후보는 먼저 화천대유 등 민간 개발업자들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배당금이 돌아가도록 사업을 설계한 이 후보의 책임론을 제기했고, 이 후보는 윤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과 부친 저택 매각 논란 등으로 반격했다. 대장동 의혹을 공격 포인트로 삼은 것은 윤 후보였다.

윤 후보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때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김만배씨 등이 3억5000만원을 투자해 시행수익, 배당금으로 6400억을 챙겼다"면서 "시장으로서 대장동 개발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과 수익을 정확히 가늠하고 설계한 것이 맞느냐"고 따졌다.

윤 후보는 또 이 후보가 지난해 9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대장동 개발사업을) 설계 했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윤 후보는 "기자회견에 이어 지난해 10월 서울 공약 발표 기자간담회에서도 '엄청난 이익이 발생하는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성남시 몫이 얼마나 확보될지 설계한 것'이라며 '다시 하더라도 이렇게 하겠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지금 윤 후보가 말한 것은 제가 일부러 국정감사를 자청해서 이틀 동안 (국민의힘 측이) 탈탈 털다시피 해 검증한 사실"이라며 "최근 언론까지 다 검증했고 검찰까지 수사하고 있다. 이런 얘기를 다시 하며 시간 낭비하기보다는 가능하면 민생과 경제 이야기를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후보는 "국민의힘 측이 비록 방해하고 저지를 했더라도 100% 공공개발을 하지 못한 점 그래서 국민께 실망을 드린 점은 다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민생과 경제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지만, 특정인에게 천문학적 특혜를 준 부분에 대해서 국민들이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면서 "김만배씨도 지난번 법정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은) 시장의 지시, 방침을 따른 것이라고 했다. (개발이익의) 상한선을 정하지 않고 이렇게 설계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누구에게 이익이 돌아갔는지를 봐야 한다고 응수했다. 이 후보는 "부정부패는 업자를 중심으로 그 이익을 준 사람, 윤 후보는 이익을 줬고, 저는 이익을 빼앗았다. 공공환수를 5800억원까지 했다"며 "국민의힘은 (민간에) 이익을 주기 위해서, 민간개발하기 위해서 그렇게 난리를 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 후보는 "민간 업자들이 '이재명 시장, 12년 동안 찔러봤더니 씨알도 안 먹힌다'고 하고, '이재명 시장이 알면 큰일 나니 절대 이런 얘기를 하면 안 된다', 이렇게 얘기하다가 왜 '내가 입만 뻥끗하면 윤석열은 죽는다'고 얘기하겠느냐"면서 "(화천대유) 관련자들이 윤 후보 부친의 집을 사주지 않았느냐"면서 "저는 아무 이익이 없었다. 오히려 윤 후보가 더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3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심상정·이재명·윤석열·안철수 대선후보(왼쪽부터)가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3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심상정·이재명·윤석열·안철수 대선후보(왼쪽부터)가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사드배치 난상토론=이 후보와 윤 후보는 사드 배치와 북핵 문제를 두고도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이 후보는 "사드(THAAD)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데, 왜 불러와서 중국에 반발 사려고 하느냐"면서 "갈등 부추기는 정치는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북한이 고각 발사를 많이 시도해 당연히 사드 추가배치가 필요하다"면서 "중고도 방어체계는 40~60km 고도고 사드의 경우 40~150km 고도를 방어할 수 있는데, 북한에서는 수도권을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할 때 고각발사가 많아 당연히 수도권에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윤 후보는 "요격 장소는 꼭 수도권이 아니어도 강원도든 충청도든 경상도지만 조금 더 당겨오던 그건 뭐 제가 볼 때는 위치적으로 군사적으로 정해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후보가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도 추가 사드가 필요 없다고 했다. 안보 불안을 조성해서 표만 얻으려고 하고, 정작 경제 망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에 윤 후보는 "윤석열 안보가 튼튼해야 주가가 유지되고 국가 리스크가 줄어드는 것"이라며 "브룩스 사령관 이야기는 성주에 있는 사드를 패트리엇이나 저층 방어와 연계할 때 효과적이라고 한 것이지, 사드배치 추가 배치할 필요 없다고 한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공방은 윤 후보와 심 후보로 옮겨가 이어졌다. 심 후보가 "국민들은 청치 초년생 윤 후보가 선제 타격 운운하면서 전쟁 가능성 거론한 것에 매우 불안해한다"고 말하자, 윤 후보는 "민주당 정부에서도 만든 국방백서에 3축 체계인 킬 체인이 있고 문 대통령도 집권 초 국방부를 방문해 킬 체인에 대해 말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윤 후보는 "킬 체인 가동할 때쯤 되면 이미 전쟁 상태로 봐야 한다. 여러 감시정찰자산에 의해서 이건 핵미사일이 날아올 게 확실하다고 할 때 하는 것이지, 멀쩡히 있는데 그냥 선제 타격하는 것은 '예방공격'이라고 해서 의미가 다르다"고 말했다. 특히 윤 후보는 이 과정에서 "핵미사일 공격을 맞은 뒤에 대량 보복 공격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전문가들 "정책대결 초점 바람직"=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날 토론회가 정책 중심으로 진행됐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선후보들 간의 첫 TV토론회라는 점에서 정책 분야에 중점을 둔 것은 매우 다행이었다"면서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준비를 상당히 많이 했다는 점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이 후보는 아주 노련하게 공격할 것은 공격하고 방어할 것은 방어하는 토론 기술을 보였다"면서 "윤 후보의 대장동 공격에 '국정감사에서 다 검증했으니 시간 낭비'라고 잘라 말하고, 김만배씨의 '입만 열면 윤석열은 죽는다'는 발언으로 역공도 구사했다"고 평했다. 이어 "윤 후보는 정치경험이 적어 토론회에서 금방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철저히 준비했다는 점이 잘 보였다"면서 "다만 마지막 토론분야에서 친환경 재생에너지 등에서 미숙한 점을 드러낸 것은 한계"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안 후보는 정치경험이 쌓인 만큼의 내공을 보였으나 전달력 부분에서 조금 아쉬웠다"면서 "심 후보는 이재명·윤석열·안철수를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 검투사 면모를 선보였다"고 말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책 대결과 네거티브 수위가 적절하게 섞여 있는 토론이었다"면서 "대장동 개발사업이 언급되기는 했으나 최대 네거티브 현안인 '가족 리스크'를 거론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책토론을 하겠다는 후보들의 의지를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 교수는 안정적으로 정책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던 점이 눈에 들어왔다"면서 "윤 후보는 준비했던 만큼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토론에 임했으나 전문성과 구체성에서는 취약점이 드러났다. 다만, 내용보다는 자세와 자신감 등이 유권자들에게 각인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후보는 선택고 집중이 확실했다. 특히 윤 후보와의 차이점을 부각하려 한 점이 눈에 띄었다"면서 "심 후보는 일관성 있는 정책과 매끄러운 질문으로 이 후보와 윤 후보를 흔들었다. 이 후보를 겨냥한 대장동 개발사업 배임 논란이나 윤 후보에 대한 사드 배치 공격은 포인트를 잘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후보들의 차별성을 파악할 수 있는 토론회가 된 것 같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유권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토론회였다"고 말했다.

다음에 열리는 TV토론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법정 TV토론회다. 중앙선관위는 오는 21일과 25일, 다음 달 2일 등 총 3차례 토론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법정토론회 역시 이 후보와 윤 후보, 심 후보와 안 후보 등 4자 간 토론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김미경·임재섭·권준영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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