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으로 건설업계가 '살얼음판'이다. 처벌을 피하려고 공사를 중단하는 기업까지 속속 등장할 정도다. 작년 말 두 달 연속 개선됐던 건설업 체감지수가 새해 들어 뚝 떨어진 것은 공포에 질린 업계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3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 대비 17.9포인트 하락한 74.6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달 연속 상승했으나 1월에 큰 폭으로 주저앉은 것이다. 이는 1년 5개월 만에 최저치다. 연초 공사 물량이 감소하는 계절적 요인에다 중대재해법 시행에 따른 기업 심리가 위축되면서 이처럼 감소폭이 커졌다고 한다. CBSI는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달 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중대재해법은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으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감옥에 갈 수 있는 법이다. 해외에서 비슷한 예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처벌 수위가 높다는 지적이다. 그렇지만 지켜야 할 의무조항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기업들의 불안감이 높다. 법을 완벽히 준수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그런 것이다. 게다가 원청, 하청의 책임 구분도 모호한 편이다. 이에 따라 경제단체들은 경영 위축이 우려된다며 법 시행에 반대해 왔었다. 하지만 법은 강행됐고 예상대로 산업현장은 공포와 혼란에 빠졌다. 인명사고가 다수 발생하는 건설업계의 경우 처벌은 일단 피하고 보자며 공사를 중단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마치 동면에 들어간 듯한 분위기다. 이러다간 일터까지 사라질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건설업계가 느끼는 위기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법 제정 논의 때부터 우려와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처벌을 받을까 두려워 일손을 놓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결국 중대재해법은 기업과 시장을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전형이다. 이대로라면 공포만 양산된다. 쇠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일 판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건설현장에 심각한 혼란을 일으키는 중대재해법을 수정 보완해야 마땅하다.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 되지 않도록 규정을 고쳐야 한다. 교각살우의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진정한 법이다. 보다 정교한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하기를 정부와 국회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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