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서울 빗썸 강남센터 시세 현황판에 비트코인 시세 그래프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 속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가상화폐(가상자산)에서도 자금 이탈 조짐이 현실화하고 있다.
가상자산 투자 대기자금으로 여겨지는 국내 4대 가상자산거래소의 예치금이 지난해 연말까지 석 달 동안에 17% 가량 빠진 것으로 나타나 향후 자금 이탈 속도가 빨라질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2일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가상자산특별위원회 위원)이 금융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4대 가상자산거래소인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예치금은 지난해말 기준 7조631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제가 본격 시행된 지난해 9월24일(9조2000억원)보다 1조5690억원(17.1%) 감소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전 세계적인 가상화폐 가격 하락으로 거래량이 감소하는 등 시장 위축 속에 예치금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미국의 긴축 시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자 증시에선 지난달 한 달간 변동성 장세가 이어졌다. S&P500 지수는 지난달 한 달 동안 5.3% 하락하면서 2020년 3월(-12.5%)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1월 하락률로는 2009년 이후 최대였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지난해 말부터 증시와 커플링(동조화) 현상을 보인 점을 감안하면 올 들어 가상화폐 투자자금의 이탈이 가속화됐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지난해 11월 초 8270만원을 고점으로 이후 반등하지 못한 채 4700만원대 선까지 밀린 상황이다.
주목할 점은 가상화폐 거래대금의 감소다. 국내 1위 거래소 업비트 기준 지난해 11월 중 20조원까지 치솟았던 거래대금이 최근 2조원대 수준을 유지하며 10분의1 토막이 났다. 지난해 말까지 17% 감소한 것에 더해 올 1월 중에 예치금이 추가로 감소했을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선 가상자산 가격이 장기간 회복하지 못하는 '크립토 겨울'에 대한 전망까지 나온다. 메타플랫폼(옛 페이스북)의 전 가상화폐 책임자 데이비드 마커스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이미 겨울이 닥쳤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최고의 사업가들이 더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은 가상화폐의 겨울 동안"이라며 "가상화폐 가격을 올리는 대신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다시 집중할 시간"이라고 밝혔다. BNP파리바의 자회사인 리서치업체 라텔리에의 나디아 이바노바 최고운영책임자(COO)도 가상화폐 시장이 현재 냉각기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이영석기자 ysl@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