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서 안보 문제 등 협상 나토 "침공시 비싼 대가 치를것" 러 "군사 지원 중단하라" 촉구 양측 협상 지속 가능성 열어둬
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에서 열린 나토·러시아위원회 회의에서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왼쪽부터),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러시아 외무차관,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만나고 있다. 브뤼셀=로이터 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을 둘러싸고 협상을 가졌지만 예상대로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나토 개방정책을 두고 양측 간의 이견은 평행선을 달렸다.
지난 10일 미국-러시아 협상에 이어 나토와 러시아가 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준비설로 고조된 군사 위기 해소 방안과 유럽 안보 문제 등에 대한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이견만을 재확인했다.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나토 본부에서 온라인 생중계 기자회견을 열고 회의 종료 사실을 알리며 "나토 동맹국은 중요한 일련의 국제 원칙을 지지한다는 완전히 단합한 목소리를 냈다"라고 밝혔다.
나토는 러시아를 향해 "우크라이나 침공 시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모든 유럽 국가의 안보 자주권 등 핵심 원칙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이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등 추가 확장은 유럽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나토에 대한 군사 지원 중단을 거듭 촉구했다.
양측은 다만 유럽 안보 문제에 대한 솔직한 대화와 협상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협상 지속 가능성을 열어뒀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나토 동맹국들과 러시아 사이에는 큰 의견 차이가 있다"면서 "우리의 이견은 메우기 쉽지 않을 것이지만, 모든 나토 동맹국과 러시아가 같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실질적인 주제들에 대해 논의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나토 측은 군비 통제와 새로운 무력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다른 많은 문제에 대한 일련의 협상을 제안했지만, 러시아 측은 수용도 거부도 하지 않았고, 답을 주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양측 모두 대화를 재개하고 향후 회동 일정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고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나토 30개 회원국이 러시아의 핵심적 요구에 동의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며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에 거부권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도 회견을 열고 나토의 동진 금지를 포함한 러시아의 안전보장안 요구에 대해 "그야말로 가망이 없는 얘기다. 나토의 개방정책을 닫아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선을 그었다. 그러나 그는 군비 통제와 군사훈련 상호 제한, 우크라이나 내 미국 미사일 배치 문제 등에 대한 미국 측의 여러 아이디어와 관련해 러시아와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추가 협의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했다.
러시아 대표단을 이끈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외무차관도 회의 뒤 별도 기자회견에서 "대화는 상당히 솔직하고 직설적이며, 깊이 있고 풍부했다"면서 "하지만 동시에 근본적 문제들에 대한 많은 이견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유럽 안보 악화에 심각하게 영향을 주는 다른 요소는 나토의 확장 과정"이라면서 "이는 심각하게 러시아의 안보를 훼손하고 러시아에 용납할 수 없는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4년 우크라이나에 속한 크림반도를 병합한 러시아는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약 10만 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미국 정보 당국은 러시아가 이르면 올해 초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준비설을 부인하면서, 오히려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군사 지원하며 러시아를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 등 서방에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고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공격무기를 배치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정을 체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열린 NRC 회의는 나토와 러시아 간 협의, 협력 등을 위해 2002년 설치된 기구다. 약 2년 6개월 만에 다시 열린 이날 협상은 예정 시간보다 1시간가량 길어져 4시간 넘게 진행됐다. 13일에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러시아의 협상이 예정돼 있다.김광태기자 ktkim@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