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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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길은 정해진 게 없지만, 실패의 길은 정해져 있다. '안 되는 데 …' 하는 걸 하면 반드시 실패하게 돼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성공보다 실패에서 배운다 했다. 실패의 길을 동양에선 '망조'(亡兆)라하고 경계했다. 전국시대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 평천하(平天下)의 토대를 닦은 장의(張儀)의 '삼필망'(三必亡) 이론은 오늘까지도 주목된다. 장의가 진나라 혜문왕에게 한 유세 속에 나온다. "반드시 망하는 길이 있습니다. 자기가 어지러우면서 잘 다스려지는 것을 공격하는 것입니다. 그릇된 것으로 바른 것을 해하려 하는 것입니다. 역리로 순리를 맞서는 것입니다."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호랑이의 해, 대선을 앞둔 나라는 말 그대로 기로에 섰다. 올해 선택에 최소 5년간의 국운이 결정되는 것이다. 연말 한파가 몰아닥쳤지만 축록(逐鹿)의 정치권은 뜨겁기만 하다. 국제적으로 '드라마틱' 한 것으로 유명한 게 우리네 정치지만, 정말 극적인 변화의 소식이 새해 벽두부터 전해진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모든 언론사의 설문조사에서 비록 오차범위 내에 있지만 1위 자리를 내준 것이다. 불과 대선 100일을 앞둔 당시 윤 후보는 역시 오차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승기를 분명히 하고 있었다. 조금씩 흔들리더니 결국 순위가 뒤집혔다. 그것도 모든 설문조사에서 아직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적 바람이 정권재창출의 바람보다 큰 상황에서 나온 결과다. 정권교체는 하고 싶은 데 정권교체를 하려는 후보보다 정권을 재창출하겠다는 후보를 더 지지하는 모순이 현 민심인 것이다.

이 상황을 잘 설명해주는 게 바로 장의의 삼필망이다. 윤 후보의 극적인 부각과 반전까지의 원인을 풀어내고 있다. 현 반전 이유는 간단하다. 당이 당이 아니어서 그렇다. 당 대표가 대표 역을 방기한 탓이다. '정치권력의 획득을 목표로 정견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결합'이 바로 정당의 사전적 정의다. 대선의 승리가 결국 정당의 존재 이유다. 하지만 이준석 국힘 당 대표는 1일 "(선대위) 복귀 의사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어떤 이유이든 당 대표가 정권교체를 위한 일을 내팽개친 것이다.

삼필망의 첫 번째 '자신이 어지러우면서 잘 정리된 것을 공격하는' 망조가 국힘에서 보인다. 자연히 당은 우왕좌왕, 후보는 갈팡질팡이다. 당의, 국민의 정권 교체 열망을 대신하겠다는 후보는 그동안 왜 자신이 지지를 받았는지도 잊은 듯 싶다. 윤 후보에 대한 지지는 삼필망의 나머지 두 개 망조가 현 정권에서 보인 때문이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을 정권 내내 들은 게 문재인 정부다.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기자, 야권 통신 사찰의혹'은 내로남불의 끝판왕이다. 박근혜 정부였다면 연말 광화문 광장은 다시 촛불로 뒤덮였을 일이다.

현 정권의 집권초기부터 펼친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 등의 경제정책도 망조의 구체적인 사례들이다. 두 정책의 실효성보다 부작용이 크다는 것을 증명하는 실증 연구가 쏟아졌지만 현 정권은 귀를 막고 눈을 가렸다. 치명적인 부동산 정책실패를 하고서야 '조금 인정'하는 태도다. 그 실패의 공범이 바로 민주당이다.

문 정권의 망조가, '국운이 위태롭다'는 불안감이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후보에 대한 지지를 만들어냈다. 이 순간까지 정권교체의 열망이 더 큰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 윤 총장에게는 권력에 굴하지 않는 기개가 있었고, '상식과 법대로'를 지켜낼 수 있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최소한 그럴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윤 후보는 달라졌다. 최소한 그렇게 보인다.

더 경제 전문가인양 나서고, 가정사에도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자신의 약점을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상식과 법대로'의 장점은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 가정사 약점은 상대방이 더 큰 데 방어만 하고 있다. 자신의 약점으로 상대의 강점과 싸우는 꼴이 됐다. 손자병법이 지적한 필패(必敗)의 길이다. 그 사이 선거운동의 주도권도 민주당에 넘어가고 있다. '토론하자'면 "좋다"고 하고 방식을 본인에게 유리하게 하면 될 것을 "못 하겠다"고 해 이미지만 버리고 있다. 윤 후보 탓도 크지만 모두 당이 혼란한 탓이다. 보좌가 아니라 발목을 잡는다. '정권을 잡고도 이러면 어쩌냐'는 의심이 윤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게 하고 있다.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적 열망도 조금씩 절망이 되고 있다.

박선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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