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시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내 고순도 수소 정제 설비에서 수소 트레일러를 충전하고 있는 모습. <현대오일뱅크 제공>
충남 서산시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내 고순도 수소 정제 설비에서 수소 트레일러를 충전하고 있는 모습. <현대오일뱅크 제공>
코로나19의 여파로 지난 2020년 약 5조원의 적자를 냈던 정유사들이 지난해 7조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1년새 영업이익이 '12조원+α'가 늘어난 셈이다.

유가 상승에 수요 회복이 겹쳤고, 여기에 정유사들이 추진한 사업 다각화가 효과를 보이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이 발표한 지난해 1~3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5조6384억원이다. 4분기 실적을 제외하고도 이미 전년인 2020년 적자인 5조979억원을 만회한 것이다.

4분기 정유업계의 지표는 더욱 긍정적이다. 국제유가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등 혼조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정유사들의 수익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정제마진은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지난해 4분기 정제마진은 10월 넷째주 배럴당 8달러까지 오른 뒤 같은해 12월 셋째주 배럴당 6.2달러로 수익분기점을 상회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금액으로, 통상 배럴당 4∼5달러가 돼야 정유사들이 이익을 내는 것으로 여겨진다.

정제마진에 힘입어 이들 업체들은 작년 4분기에도 호실적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은 7370억원과 6943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3분기 영업이익 합계에 두 회사의 추정치만 더해도 이미 7조원을 넘어선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좋은 성적을 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정유사들의 실적 회복에는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 이익의 증가와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으로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며 전체적인 수요가 증가한 덕분이다.

여기에 정유사들이 주력 사업이 아닌 윤활유 등 다른 사업에 투자한 성과도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윤활유 사업의 약진이 돋보였다. 지난해 1~3분기 국내 정유사들은 총 2조3737억원의 영업이익을 윤활유 사업에서 냈는데, 이는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정유업계는 현재 친환경 모빌리티, 석유화학 및 수소 등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주유소 플랫폼 등을 바탕으로 친환경 사업에 도전하는 등 신시장을 개척한다는 목표다. 국제유가 등 외부요인에 휘둘리는 정유사업에만 의존하기에는 안정성이 떨어지고, 무엇보다 탄소중립 정책으로 급격한 에너지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다른 변수가 없다면 내년에는 전반적인 산업 수요가 늘어나며 정유업황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탄소중립 정책 등을 고려해 정유사들은 기존 정유업에서 탈피,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위수기자 withsu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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