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중 전환부문 경제활동 5가지. <자료:환경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중 전환부문 경제활동 5가지. <자료:환경부>
정부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자력발전을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기관이 '친환경 투자'를 할 수 있는 대상에서 원전을 제외한 것이다. 임기 말까지 '탈원전'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다만 유럽연합(EU)이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는 내용을 두고 논의 중인 상황에서 EU 결론에 따라 앞으로 변동 가능성은 열어뒀다.

정부는 30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지침서'를 확정·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K택소노미 시범사업에 적용된다. K택소노미에 포함된 산업은 정부로부터 '친환경' 도장을 받는 셈이다. 택소노미는 국민연금 등 금융기관이 기업에 제공하는 시설자금·운영자금 대출에 적용하는 지침으로, 기업의 녹색투자자금 유치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올 3분기까지 발행된 녹색채권 규모는 14조5000억원에 달한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투자 기조가 확산되면서 녹색채권 발행 규모가 전년 대비 4~5배 늘어났다. 내년부터 시범사업이 추진되면 규모가 더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K택소노미에는 총 69개 경제활동이 포함됐다.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의 지속가능한 보전 △자원순환 △오염방지 및 관리 △생물다양성 보전 등 '6대 환경목표'를 기준으로 항목을 선정했다. 다만 이 중에서 녹색부문(64개)을 제외한 전환부문 5개 활동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경제활동'을 의미한다. 진정한 녹색경제활동으로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액화천연가스(LNG)발전과 블루수소는 전환부문 내 녹색경제활동으로 포함됐다. LNG발전과 블루수소는 화석연료를 사용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만, 석탄화력발전을 대체하기 위해 필요성을 인정 받았다. LNG 생산은 2030~2035년 사이, 블루수소 제조는 2030년까지 한시적으로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된다.

LNG발전은 생산 전력량 1kWh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340g 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 이내이고, 설계수명 내 평균 250g CO2eq을 달성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이는 현재 국내에 가동 중인 LNG발전소가 수소 혼소 등을 활용해 최대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해야 하는 수준이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기존 LNG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평균 380g 정도이고, 600g을 넘는 발전기도 있다"며 "설계수명 내 평균 250g을 맞추기 위해서는 수소 혼소 또는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기술(CCUS)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됐던 원전은 최종안에서 제외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NDC 상향안에 신규 원전을 도입하지 않는 것으로 반영됐기 때문에 국내 에너지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가이드라인에서) 제외했다"며 "국제적으로도 현재까지는 EU 택소노미에 원전이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상황을 종합 검토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원전은 저탄소 발전원으로 구분되지만,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과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를 감안할 때 '녹색'으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미국·EU 등 주요국들은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유지하면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원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원전은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했고, 중국 역시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분류하고 있다. EU 내부에서는 의견이 갈리지만, 동유럽과 프랑스 등 10개국이 찬성 입장을 밝혔다. 만약 택소노미 선도국인 EU가 원전을 포함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원전에 대한 EU의 최종 결론이 나올 경우 K택소노미를 수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뒀다. 환경부 관계자는 "EU의 택소노미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정적인 상황을 전제로 얘기하긴 곤란하다"면서도 "EU의 발표가 나온다면 원전 포함 여부와 관계 없이 구체적 내용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고, 그 이후 국내 사정을 고려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은진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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