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동 금융부장
김현동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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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올해의 인물에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이 선정됐다. 최 회장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창업 동지로 미래에셋그룹을 국내 최고의 자본시장 기반 금융그룹으로 키운 일등공신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미래에셋벤처캐피탈 대표이사를 거쳐 미래에셋증권 사장,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까지 지냈다. 올해는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로서 최대 공모청약 금액을 기록한 크래프톤을 비롯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현대중공업 등 21개 기업의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진행해 IPO 주관 1위를 이끌었다. 최 회장은 전문경영인 최초로 증권사 회장에 올랐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용인술이 돋보인다.

자본시장 올해의 인물이 최현만 회장이라면 금융시장 올해의 인물은 누구를 꼽아야 할까. 기자는 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이사를 올해의 금융인으로 선정하고 싶다. 류영준 대표는 국내 핀테크 혁신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으로서 핀테크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데 앞장서 왔다. 전자금융거래법 전면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나섰고, 망분리 규제 등에 대한 의견을 피력해 관철시키기도 했다. 최근에는 고승범 금융위원장 취임 직후 핀테크 규제 기조에 맞서 "한국이 핀테크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맞서기도 했다.

핀테크 규제를 일소하는데 앞장선 것만이 아니다. 그가 이끄는 카카오페이는 올해의 금융회사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다. 카카오페이는 올해 8월 상장 예정이었다가 공모가 논란에 상장 일정이 9월로 늦춰져 삼수 끝에 11월 상장에 성공했다. 카카오페이는 공모가를 산정하면서 시가총액 규모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큰 페이팔홀딩스를 기업가치 비교대상 기업으로 선정해 고평가 논란을 자초했다. 결국 미국과 브라질의 스타트업 기업으로 비교대상 기업을 교체하고, 국내 IPO 사상 처음으로 일반청약자 몫을 균등하게 배정하는 국민주 방식을 채택해 고평가 이슈를 우회했다.

기존 금융회사와 핀테크를 대립적 시각에서 보지 말고, 핀테크 규제보다는 육성이 시급하다는 류영준 대표의 주장은 수긍이 간다. 그렇지만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은 금융의 공공성을 감안할 때 핀테크라고 해서 예외를 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민 다수가 가입한 카카오나 카카오페이의 사업모델은 결국 이용고객의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있고, 해당 데이터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공적 규제를 피해갈 수는 없다. 물론 빅테크와 핀테크 간 차등 규제는 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금융회사에 적용되는 규제를 핀테크는 예외로 두는 것은 역차별이면서 금융의 공공성에 반하는 조치다.

또 류영준 대표를 포함한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조기 행사는 핀테크에 대한 불가역적 인식 변화의 사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류 대표는 부여받은 스톡옵션 71만2030주 중 23만 주(32%)를 처분해 457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이승효 서비스총괄 부사장·전현성 경영지원실장·장기주 경영기획 부사장·이진 사업총괄 부사장·이지홍 브랜드총괄 부사장·신원근 기업전략총괄 최고 책임자·나호열 기술총괄 부사장 등 다른 임원들도 스톡옵션을 10~40%씩 행사해 적게는 10억원에서 많게는 150억원 안팎을 거머쥐었다. 상장한 지 38일만의 스톡옵션 행사였다. 매각 시점은 '대주주 양도세'를 회피하기 위한 절세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상장기업의 최대주주는 상장일로부터 6개월 의무보유확약이 적용된다. 반면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그럼에도 상장한 지 6개월도 되지 않아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대규모로 행사해 지분을 팔아치운 경우는 찾기 어렵다. 더구나 국민주 방식의 공모청약을 실시한 기업의 경영진이 상장 직후에 지분을 처분한 행위는 자본시장 참가자라면 수용하기 어려운 결정일 것이다.

카카오 보이스톡 개발실장, 카카오 페이먼트사업부 본부장, 다음카카오 핀테크 총괄 부사장 등 IT개발자 출신의 류 대표에게 스톡옵션 행사는 스타트업 기업을 키우고 성장시킨 데 대한 정당한 보상의 성격일 것이다. 그러나 금융인 입장에서 보면 경영진의 조기 스톡옵션 행사는 공정하지 않다. 더구나 상장 과정에서 고평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민주 방식의 공모청약에 참여한 소액주주 입장에서 배신감이 들 수밖에 없다. 하물며 계열 관계에 있는 카카오뱅크의 윤호영 대표이사는 스톡옵션을 한 주도 행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상장기업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를 제한하는 법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핀테크로 대변되는 혁신금융은 금융의 편의성 확대 차원에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결합을 가로막는 '금산분리'의 예외로 인정됐다. 그런데 혁신금융이라는 이름으로 성장해온 핀테크 기업이 류영준 대표의 스톡옵션 먹튀 사례처럼 규제는 풀어주되, 이익은 온전히 챙기겠다는 방식이라면 혁신금융의 미래는 어두워 보인다.

김현동 금융부장 citize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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