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서울 중구 신용회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소상공인·서민의 재기 지원을 위한 보증부대출 신용회복지원 강화 업무협약식'에 앞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내년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보험료 인상을 두고 금융당국이 고심을 거듭하면서 인상률에 대한 결론이 이례적으로 늦어지고 있다. 인상률을 두고 당국과 보험업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서다. 결정이 지연될 경우 실손보험 인상률 결정은 내년 1월 초로 넘어갈 수 있다.
29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소상공인·서민의 재기지원을 위한 보증부대출 신용회복 지원 강화 업무협약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실손보험료 인상률과 관련해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최종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인상률 발표 시기에 대해서는 내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고 위원장은 "올해가 얼마 안 남아서 올해 안에 할 수 있을지 내년 초에 할 수 있을지는(확정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하게 될 것"이라며 "최종협의를 하고 있으니 마무리되는 대로 곧 발표하겠다"고 했다.
결정이 다음달로 넘어갈 경우 보험료 인상 시점은 2월로 연기될 수 있다. 이달 인상률이 결정될 경우 내년 1월부터 인상안이 적용되지만, 1월이 넘어서 인상률이 결정된다면 당국은 내년부터 갱신 계약이 도래하는 가입자에 소급 적용하는 방안 등을 함께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인상률 적용 시점이 2월이 될 경우 형평성 문제 등 검토되어야 할 사항들이 있다"며 "당국의 방침이 나온면 보험사들이 이에 맞춰 적용 방식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두고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적자 폭이 큰 1세대 구실손과 2세대 표준화실손 보험료의 경우 법정 상한선인 25%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금융당국은 이같은 업계의 인상률 요구가 과다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최근 보험사에 1~2세대 실손의 경우 평균 15%, 3세대 실손의 경우 평균 8.9% 인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지난 27일 보도 반박자료를 통해 이는 최종안 수준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서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원칙적으로 보험료는 시장 자율로 결정되지만 실손보험료는 국민 대다수가 가입한데다 의료보험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상품이어서 당국이 인상률과 관련한 지침을 내리는 식으로 개입해왔다. 통상적으로 보험업계는 금융위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해 보험료 인상률을 결정한다.
그동안 금융위는 늦어도 12월 중순 이후에 인상률을 제시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인상률 결론이 이례적으로 늦어지고 있다. 인상률이 발표되면 보험사들은 가입 시기와 갱신·나이 등을 종합해 최종 인상률 확정 안내문을 가입자에게 공지할 예정이다. 당국의 개입에도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은 두 자릿수로 예견된다. 이에 따라 내년도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인상률이 10%대에 그쳐도 3∼5년 주기 갱신이 도래한 가입자는 연령 인상분까지 고려하면 인상률이 50%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김수현기자 ksh@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