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자영업 손실보상금 공약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5조원 규모의 추가지원금을 제안한 바 있다. 이어 국민의 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자영업 손실보상에 5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했고,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7일 "50조원으로는 부족하므로 100조원으로 늘려야 한다" 주장하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100조원 지원 이야기가 이미 야당에서 나왔으므로 곧바로 임시국회를 소집하여 100조원 추가경정 예산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여야가 합의를 본 것으로 보이는 100조원 추가경정예산은 내년도 예산(607조7000억원)의 16.5%에 해당하는 규모다. 내년도 보건·복지·고용 예산(217조70000억원)의 절반, 교육예산 총액(84조2000억원)을 초과할 뿐만 아니라 국방예산(54조6000억원)의 2배에 가까운 규모다.
한편 지난 3일 통과된 내년도 정부예산은 총수입 553조원, 총지출 607조원으로 54조원이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예상되는 것으로 편성되어 있다. 결국 소상공인 지원에 필요한 100조원 전액을 국채발행으로 충당할 수 밖에 없고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21년도 현재 47.3%에서 54.7%로 급증하게 된다. 국가채무비율이 60%가 되면 국제신용평가사들이 비기축통화국(달러나 유로, 옌 등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통화발행국이 아닌 국가) 기준으로 볼 때, 위험 수준으로 간주하는 수준이 된다.
이처럼 대선을 앞둔 인기 영합주의가 여야의 대선공약 경쟁에서 노골화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여당이 K-방역 실패를 호도하려고 제안한 자영업 손실보상금 지원을 야당이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방비의 2배에 가까운 규모도 문제지만 예상되는 자영업의 손실을 선보상하겠다는 제안이다.
지구상 어느 나라도 손실보상을 선지급한 나라는 없다. 왜냐하면 손실보상을 미리 추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지금까지의 손실보상이 부족하였으므로 추가보상용 추가경정예산을 제안했어야 했다. 다시 방역 강화조치가 실시된 자리에서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이 방송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지원금을 안 주어도 좋으니 영업시간을 3시간이라도 늘려달라는 절박한 호소들이 있었다.
K-방역 성공을 홍보하기에 바빴던 정부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국방비의 두배에 가까운 추경예산 편성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은 기획재정부가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3개월에 재정위기의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의 눈으로 볼 때, 여야의 대선공약 경쟁은 두명의 음주운전자가 속도경쟁을 하는 치킨게임을 보는 것과 같다.
더욱 더 놀라운 것은 국가재정이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에 대한 대(對)국민 설명은 정부나 국회 어느 곳에서도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IMF 위기도 견뎌낸 일반 국민들의 눈에는 여야 간의 이같은 치킨게임을 보며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다. 있는 돈, 없는 돈 모아 세금폭탄을 맞고도 세금을 충실히 내어온 중산층들은 '기가 막힌' 정치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사태를 '중진국의 함정'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여야의 정치게임이 이미 도를 넘어가고 있다.
누가 이러한 국가재정의 '막장 드라마'를 정리할 수 있을까? 일반 국민들이 기댈 곳은 그래도 양식있는 일단의 정부관료들과 언론 밖에 없다. 과거 필자는 세계은행이나 IMF 등이 개최한 국제세미나에서 한국이 비교적 단기간에 경제발전과 민주화에 성공한 이유가 무엇인지 여러 차례 질문을 받았다. 그때마다 필자는 '상대적으로 덜 부패한' 관료집단의 양심과 능력 그리고 언론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제 야당이 야당으로서의 갈 길을 못가고 있는 이상 다시 '아직도 상대적으로 덜 부패한'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 관료들과 언론의 역할에 일말의 기대를 걸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우리는 코로나19 사태 그 자체보다 더 비극적인 상태로 향하고 있는 국가경제의 앞날을 염려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코로나19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어마어마한 국가부채를 상속받아야 하는 오늘의 2030 세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