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우회적 언급'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이번 만남서는 비정치적 주제 한정해 대화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년희망온' 참여 기업 대표를 초청해 오찬한 자리에서 기업 총수로부터 업계의 현황을 청취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 힘써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도 기업 총수들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이야기와 관련해서는 일체 대화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경제 5단체는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청했고, 지난 6월에는 그룹 총수들이 사면을 언급했으나,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가석방됐을 뿐 이번 연말연시 사면에서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부회장 관련 사면 요청 이야기가 나온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나오지 않았다"며 "비정치적인 주제에 한정해 대화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력양성·청년 일자리·6G·수소환원제철과 같은 산업계의 동향에 대해 매우 진지하고 심도 있는 대화가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가 알기로는 비정치적인 분야로 제한하자는 선을 처음에 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룹 총수들이 사면을 건의한)6월 2일에는 (최태원 SK회장이)대한상의회장으로서 그런 건의를 했는데, 오늘은 사면이라는 단어도 나오지 않았을뿐더러 그것을 우회해서 표현하는 것도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560일을 구치소에서 보낸 뒤 가석방됐다. 하지만 사면 처리되지 않으면서 취업제한 등 국내 현장 경영 등에는 제한이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 6월 그룹 총수들이 '경제 5단체 건의'를 언급, 우회적으로 사면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당시 문 대통령은 "고충을 이해한다"면서도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 지금은 경제 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만 말했다. 이날도 고용창출에 대해서만 논의됐을 뿐 사면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은 것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4일 사면된 것과 관련지어 '돈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은 사면됐는데, 돈을 준 이 부회장은 사면되지 않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오찬간담회에서 기업인들과 문 대통령이 나눈 환담 내용을 전했다.
최태원 SK회장은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생산하는 노바백스는 독감 백신과 같은 합성 항원 방식으로, 식약처의 허가가 나면 바로 출시해서 안정적으로 국내에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노바백스는 콜드체인 없이도 유통될 수 있고, 보관 기간이 길어 장점이 많다"며 기대감을 표하는 답을 했다.
문 대통령은 현대차에는 "현대차의 전기차가 유럽에서 올해의 차로 다수 선정된 것을 축하한다"고 인사를 전했고, 참석한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은 "국민들이 전기차를 많이 구매해 주셨고 그 기반으로 외국에서, 특히 유럽과 미국에서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외국의 전기차와 경쟁하려면 기술과 서비스로 승부해야 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차량용 반도체에서 삼성과 현대차가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LG에는 "OLED TV와 디스플레이 사업이 성황이라고 들었다"고 하자, 구광모 LG 회장이 "어려움도 있었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TV 구매가 늘면서 실적이 좋아졌다"고 답했다.
이어 구 회장은 청년 교육훈련과 관련해 "대학의 계약학과에 디스플레이 학과가 추가되어 기업과 청년이 윈-윈할 수 있게 되었고, 점진적으로 확대되기를 바란다"면서 "배터리의 원재료인 리튬, 코발트 등의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것이 중요한데, 호주와 핵심광물 MOU를 통해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활로를 열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포스코에는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시기를, KT에는 6G 연구·개발 및 상용화 시기를 물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희망 온(ON) 참여기업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