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복권키로 했다. 정부는 24일 '2022년 신년 특별사면'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포함한 3094명에 대해 특별사면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오는 31일부로 구속에서 풀려나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31일 구속된 후 꼭 4년 9개월간 수형생활을 했다. 69세 고령에다 여성인 박 전 대통령은 수감기간 중 심신이 크게 쇠약해져 수차례 병원 치료를 받았고 어깨 수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건강이 더 악화돼 지난 22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 의료진은 6주의 장기 입원치료를 요하는 상태라고 한다. 더욱이 오랜 수형생활로 정신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 진단도 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건강악화를 사면 결정과정에서 최우선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번 성탄절 사면명단에는 박 전 대통령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병원에 또다시 입원하고 정신적 문제까지 우려되는 상황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국민통합 차원에서도 필요성이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과 그로 인한 범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새로운 걸음을 내딛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 및 복권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수감됐던 대통령 가운데서도 가장 긴 수감생활을 했다. 그만큼 가혹한 대우라는 지적이 줄곧 제기됐고, 많은 정치인들과 사회원로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면을 촉구했다. 박 전 대통령에 내려진 20년의 형도 가혹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살인, 강간, 강도 등 중대범죄에도 10년 이하의 형언도가 나오고 있고, 정치적 성격이 짙은 재판에서 전직 대통령에게 20년의 형을 선고한 것은 과도하고 균형을 잃은 법리적용이라는 지적이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과 법원의 이러한 무리한 기소 및 재판이 공정성을 잃었다고 주장하며 일치감치 재판을 거부해왔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법률대리인도 사면은 물론 형집행정지, 가석방 신청을 하지 않았다. 그만큼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 재판의 공정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제 박 전 대통령에 내려진 소위 '국정농단' 죄는 사하여졌다. 박 전 대통령에게 씌워진 죄목은 최서원(최순실의 본명)과 경제적 공동체를 이룬 상태에서 삼성으로부터 묵시적 청탁에 의한 뇌물을 받았다는 뇌물죄,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받아 청와대가 사용한 국고손실죄,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모두 다툼이 많은 혐의다. 이중 공천개입 선거법 위반으로 받은 2년은 형기를 마친 상태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가 받아쓰는 경우는 이전 정권 수십 년에 걸쳐 관행적으로 해온, 말 그대로 국정원에 허용된 '특수목적'을 위한 돈이었다는 점에서 더욱더 정치적 기소 성격이 짙다.

무엇보다도 뇌물죄 적용은 심대한 법리적 논란을 야기한 사안이다. 검찰과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을 탈탈 털었지만 누구로부터도 부정한 돈을 받은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과 법원은 최서원이 삼성 등으로부터 받은 금전적 혜택 등 뇌물 혐의를 박 전 대통령에 씌우기 위해 법에도 없는 '경제공동체' '묵시적 청탁'이란 말을 만들어냈다. 국정농단이란 거대 죄는 그 과정에서 온데 간 데 없이 사라졌다. 박 전 대통령이 최서원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믿을 수 없는 가설이 태블릿PC를 매개로 촉발된 후 수많은 확인되지 않은 언론 보도가 국민감정에 기름을 부었고 촛불로 번졌다. 이렇게 시작된 탄핵은 우리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국회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 판결로 이어진 탄핵 과정은 사실과 허위가 뒤범벅이 된 채 헌법 절차가 전도됐다.

그러나 내용상 이러한 중대한 하자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에 의한 탄핵은 형식 요건을 갖추었기 때문에 무효가 될 수는 없다. 재심 청구를 한다고 해도 복원 불가능성과 국가적 이익의 결여 이유로 각하될 소지가 크다. 이제 탄핵은 역사의 영역으로 넘어간 것이다.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도 이날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이런 태도를 비쳤다. 박 전 대통령은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했다. 옳고 그름을 떠나 헌정 상의 변고에 책임을 느낀다고 인정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또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사면을 결정해 주신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당국에도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병 치료에 전념해서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여러분께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현 상황에 아주 적절한 말을 했다. 현재 코로나로 많은 국민들은 고통을 겪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깊게 분열돼 있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권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정파적 계산에 골몰하고 있다. 이러한 어수선한 연말 정국에 문재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하고 복권한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그에 대해 박 전 대통령도 사의를 표한 것은 오랜 만에 보는 따뜻한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 포함되지 않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도 빠른 시일 내에 단행해 더 큰 국민화합으로 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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