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묘, 쥐 서, 함께 동, 곳 처. 고양이와 쥐가 같은 곳에 있다는 뜻이다. 쥐를 잡아야 할 고양이가 쥐와 어울리는 것처럼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그 도둑과 한패거리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해마다 그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하는 교수신문이 2021년의 사자성어로 선정했다. 전국 대학교수 88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514명(29.2%)이 '묘서동처'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다고 한다.

묘서동처는 중국 후진 때 당나라 역사를 기록한 구당서(舊唐書)에 나오는 말이다. 한 군인이 집에서 고양이와 쥐가 같은 젖을 빨면서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상관에게 보고하자, 그 상관은 고양이와 쥐를 임금에게 바쳤다. 중앙의 관리들은 이를 보고 복이 들어올 징조라며 환영했으나, 오직 한 관리만이 흉조로 보았다. 그 관리는 "쥐(도둑)를 잡아야 할 고양이(관리)가 쥐와 한통속이 되어 있는데, 이 사람들이 정신을 잃었구나"라며 한탄했다고 한다. 피아가 구별돼야 할 때 한몸이 되면 옳고 그름, 선악 분별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묘서동처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데는 올해 유독 국민의 재산을 지켜야 할 공직자가 도둑과 한패가 되는 사건이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선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사건을 꼽을 수 있다. 공익을 확보해야 할 공직자들이 민간사업자와 공모해 공공에 수천억 원의 손해를 끼친 행위는 묘서동처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월 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경기도 광명시 개발 예정지 투기도 우리 사회 '고양이'들이 얼마나 '쥐'와 친해져 가고 있는지 보여준다.

한편 묘서동처 다음으로 표를 많이 받은 사자성어들은 '사람과 말이 모두 피곤하다'는 의미의 인곤마핍(人困馬乏),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라는 의미의 이전투구(泥田鬪狗), '강물에 칼을 빠뜨리고선 뱃전에 표시를 한다'는 각주구검(刻舟求劍) 순이었다. 차례대로 팬데믹에 지친 사람들, 진흙탕 개싸움처럼 지저분해지고 있는 대선판,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눈앞의 이해에만 골몰하는 어리석은 풍조를 지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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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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