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머크 치료제 양대산맥 유럽 EMA 판매 승인은 아직 영국·이탈리아 등 구매 밝혀 일본도 12억 달러에 도입 결정
이탈리아 아스콜리에서 생산되는 팍스로비드 <연합뉴스, 화이자 제공>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전세계에서 유행하면서 세계 각국이 경구용 치료제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를 비롯해 아시아 국가에서도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사전구매에 나서고 있다.
현재 대표적인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는 화이자가 개발한 '팍스로비드'와 머크가 개발한 '몰누피라비르'가 있다. 두 치료제는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복제되는 것을 막아 감염자가 중증으로 악화되는 것을 방지한다.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면 5일간 하루에 두 번 팍스로비드는 3알씩(총 30알, 1코스), 몰누피라비르는 4알씩(총 40알, 1코스) 먹어야 한다.
이날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를 가정용으로 사용도록 허가했다. FDA는 몰누피라비르에 대해서도 조만간 긴급사용승인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아직 몰누피라비르의 긴급사용승인이 나오지 않았으나 미국 정부는 두 회사와 치료제 공급 계약을 이미 체결했다. 미국은 화이자와 팍스로비드 1000만 코스를 1코스당 530달러(약 63만원)에 구매하기로 계약했고, 머크 몰누피라비르는 1코스당 700달러(약 83만원)씩 310만 코스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캐나다는 몰누피라비르 50만 코스, 팍스로비드 100만정 계약을 체결했다.
유럽 주요국가들도 사전 공급 계약 체결에 나서고 있다.
두 치료제 모두 유럽의약품청(EMA)의 판매 승인이 떨어지기 전이지만,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지난달 19일과 지난 16일 몰누피라비르와 팍스로비드가 코로나19 감염자를 치료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결론 내린 바 있기 때문에 곧 판매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은 지난달 세계 최초로 몰누피라비르 사용을 승인한 바 있으며 총 223만 코스를 들여온다는 계획이다. 팍스로비드는 275만 코스 주문했다.
이탈리아는 두 치료제 모두 5만 코스씩 구매 예정이며, 벨기에는 머크와 몰누피라비르 1만정 구매 계약을 맺었다.
아시아권 국가들도 서둘러 치료제 확보에 나섰다.
일본은 머크와 몰누피라비르 160만 코스를 12억달러(약 1조4250억원)에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는 머크와 몰누피라비르 20만 코스, 화이자 팍스로비드 7만 코스를 들여올 예정이다.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는 각각 머크 몰누피라비르 30만·20만·15만 코스를 구매하기로 했다. 호주는 몰누피라비르 30만정과 팍스로비드 50만 코스를 예약했다.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와 머크의 몰누피라비르가 아직 판매 승인 또는 품목허가가 나지 않았음에도 세계 각국이 선구매에 나서는 이유는 초기 생산 물량이 적어 미리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특히, 팍스로비드의 경우 제품 제조에 9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선구매가 필수적이라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화이자 측은 내년도 생산 물량을 8000만 코스에서 1억2000만 코스로 상향 조정하고, 생산기간을 절반으로 줄인다고 밝혔다.
한편, 프랑스는 지난 10월 몰누피라비르 5만 코스를 주문했지만 이날 계약을 취소했다. 머크가 몰누피라비르의 코로나19 환자 입원 가능성을 낮추는 효과를 기존 50%에서 30%로 하향 조정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김진수기자 kim89@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