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의 귀환
로버트 케이건 지음/홍지수 옮김/김앤김북스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정원과 같다. 누군가 정원사의 역할을 하지 않으면 금세 잡초와 넝쿨로 뒤덮여 버린다.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 후 벌어진 소련 해체와 동유럽의 자유화는 정원을 위협하는 잡초와 넝쿨이 자랄 싹이 제거됐다는 기대를 낳았다. 프랜시스 후쿠아먀는 1992년 '역사의 종언과 최후의 인간'이란 책을 통해 세계가 자유주의로 평정됐고 더 이상의 역사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책 '밀림의 귀환'(The Jungle Grows Back)에서 세계적 지정학자 로버트 케이건은 잡초와 넝쿨의 침입이 재개됐다고 한다.
케이건은 지난 70여 년 동안 미국이 세계의 정원사 역할을 자처했기에 세계는 평화를 유지하고 민주주의가 확산됐으며 경제적 번영을 누렸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다시 도전의 밀물이 차오르고 있다. 저자는 역사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말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접수할 기세고 중국은 대만을 침공할 태세다. 정상국가를 꿈꾸는 일본은 호시탐탐 재무장을 노리고 있다. 그런 반면, 미국은 지금 정원사의 역할에 지쳐가고 있다. 막중한 도덕적 물질적 책임을 내려놓고 다른 나라들처럼 행동하고 싶은 유혹을 받고 있다. 미국은 20년 넘게 중동의 정세에 개입해왔지만 참담할 실패를 겪어야 했다. 이런 틈을 비집고 독재국가들이 자유주의 세계질서를 또 폭력이 낭자한 전쟁터로 만들지도 모른다.
저자는 결국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강력하고 개입주의적이면서 자유주의적인 미국을 필요로 한다고 역설한다. 특히 강대국에 둘러싸인 동북아시아에서 한국은 미국의 존재로 인해 생존과 번영을 누려왔고 어떤 국가들보다도 미국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미국이 언제까지 이 지역에서 안정자 역할을 할 지는 미지수다. 저자는 한국 독자들에게 보내온 장문의 서문에서 '미국이 그러한 역할을 더 이상 맡지 않으려 한다면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은 그 때를 대비해 힘을 축적해 놓아야 한다는 메시지다. 책은 미국이 정원사 역할을 내려놓게 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고 그것을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하면서 한국민들의 각성을 재촉한다. 번역가, 저술가, 지정학 전문가로 맹활약 중인 홍지수 작가가 번역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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