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수급불균형에 가격 급등 이주열 총재, 내년 물가 우려도 선진국 비해 노동력 훼손은 적어 임금측면 물가상승 요인은 낮아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이 내구재에서 소비재로 확산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전방위로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한국은행이 전망했다. 공급망 병목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돼 인플레이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동원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동향팀 차장 등은 21일 발표한 '공급 병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내구재 등 일부 품목에 한정됐던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이 공급망의 업스트림과 물류 등 다운스트림으로 확산되면서 전방위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을 높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에너지, 축산물, 내구재, 노동시장, 건설자재 등 공급병목에 따른 부문별 물가 영향을 살피면서 물가상승 압력을 평가했다.
먼저 에너지 부문의 경우 최근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 비해 신재생에너지 생산차질, 화석연료 공급부족 등으로 에너지 수급불균형이 심화돼 에너지원자재가격이 크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동절기 난방수요가 줄어드는 내년 2분기 이후 에너지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지만,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의 발생하는 수급불균형 장기화로 인해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전력수요를 안정적으로 충족시키지 못하면 물가상승 압력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시했다.
음식료품 부문에서는 "축산물 가격이 인력난과 물류비용 상승 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 차질로 육류를 중심으로 상당폭 상승했다"며 "이는 재료비 인상을 통해 가공식품 가격 및 외식물가에 대한 상방 압력으로도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축산물 가격의 경우 내년 중에는 공급이 늘면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차량용반도체 생산차질과 해상물류 지체 등으로 공급병목의 중심에 섰던 내구재 가격에 대해 한은은 "반도체 공급차질, 원자재가격 상승 등의 영향이 당분간 지속되면서 내년에는 올해보다 오름폭이 점차 확대될 것"것으로 전망했다.
노동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미국 등과 달리 국내에선 임금 상승에 기인한 물가상승 압력이 높지 않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보고서는 "효과적인 코로나19 확산 통제, 전면적 봉쇄조치 미시행, 고용유지지원금 운용 등으로 노동력 훼손이 상대적으로 적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노동수급 불균형이 크지 않다"면서 "임금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급격히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건설자재 가격 급등 역시 소비자물가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건설자재 가격 상승이 주거시설 유지·보수 비용 인상을 불러오긴 했지만, 주거비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향후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진정되면서 건설자재 가격이 안정을 찾고, 이에 따라 주거시설 유지·보수 요금 오름세도 점차 낮아질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보고서는 "자동차 등 일부 내구재를 중심으로 공급병목의 물가 영향이 점차 나타나고 있고, 목표수준을 상당폭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 지속 등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불안해질 경우 수요·공급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크고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공급 병목 현상에 따른 내년 물가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내년에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목표 수준을 웃도는 물가 오름세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불안해진다면 이 또한 물가 상승 압력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