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작년 7월 말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시행한 지 1년 5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집주인과 세입자간 갈등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무주택자 카페에 '계약갱신청구권을 결혼 예정인 임대인 아들 실거주 사유로 거부당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2년 전세 계약(23개월) 만기를 앞두고 있던 작성자는 집주인으로부터 계약갱신 거절 통보를 받았다. 집주인은 "아들이 내년에 결혼할 예정이라는 얘기를 최근에 들었다"라며 "언제 할지는 확실치 않지만 가을쯤 될 것 같다. 그래서 여름 정도까지는 살아도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집주인은 갑자기 태도를 바꾸고 A씨에게 "나중에 문제가 될지 모르니, 여름이 아닌 계약만료 시점에 나가 달라"라고 했다.
A씨는 "실거주 목적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거부할 수 있는 걸로 아는데, 실거주 예정인 사실 만으로 거부할 수 있나"라며 "결국 입증 책임이 임차인에게 있으니 일단 지금은 나가야 하고 나중에 누가 들어오는지 일일이 입증하고 손해배상 청구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을까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연 임대차 3법은 임차인의 보호를 취지로 입법된 것이 맞는지요"라고 하소연했다. 누리꾼들은 "직계가족 실거주는 명시되어 있는 조항이라 별다른 방법이 없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국내 최대 부동산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사연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지금 내 집에 세입자가 2년 계약 끝나고 재계약해서 4개월 정도 살고 있는 중인데, 딸이 시집을 가서 이 집으로 입주시키려고 한다"라며 "세입자에게 이사비용만 주고 나가라도 해도 되나. 임대차법에 위반되는 게 있나"라고 적었다.
누리꾼들은 "재계약 기간을 지켜주지 않으면 그에 합당한 이사비, 복비 등 청구가 들어올 수 있다. 세입자가 이 비용을 5배나 청구하더라", "세입자가 이사비나 중개비에 플러스알파로 주면 계약 만기 전 퇴거에 동의할 수 있냐고 물어보고 동의하면 계약종료 통보해라. 세입자가 동의하지 않고 계약갱신청구권 사용한 계약이 아니면 만기 후에 계약갱신청구권 사용할 때 임대인 또는 직계존비속 실거주로 거부하면 된다"라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작년 7월 말 임대차 3법 시행으로 관련 분쟁이 증가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분쟁조정위원회를 확대 설치했다. 2019년 6개에 불과했던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2개, 올해 18개로 늘어났다. 분쟁조정위원회에는 작년 11월∼올해 10월 1년간 10만3404건의 상담이 접수됐으며, 조정 신청서를 제출한 사례도 1938건에 달했다.
전세시장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 등 '임대차 3법' 효과로 작년보다 더 불안한 모습이 이어졌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11월까지 누적 9.27% 올라 작년 전체 상승률 7.32%를 이미 넘어섰다. 전세난이 심각했던 2011년 15.38% 이후 9년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부동산 업계는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이 올해보다 크게 감소하는 데다 내년 하반기부터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진한 세입자들이 신규로 전세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전세시장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