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정책포럼 주최 정책제언 세미나 정광렬위원 '패러다임전환' 주제발표 "문화예술인 개인·단체 직접 지원해 스스로 프로젝트를 개발토록 해야"
정광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류가 글로벌 시장에서 순전히 민간 제작자들의 기획과 마케팅을 통해 성공했듯이 창의성과 다양성이 핵심인 문화산업을 진흥하기 위해선 정부가 주도하거나 간섭하지 말고, 후원자의 자세를 견지해야 합니다."
정광렬(사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박병원)이 주최한 정책제언 세미나에서 '문화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정 위원은 한류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국내 문화시장이 성숙해져 있는 데다 제작사들의 창의적인 기획과 마케팅이 주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케이팝(K-pop)의 경우 댄스와 음악과 의상이 세계 청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데다 대중적인 멜로디, 자기표현, 건전한 가사 등의 요인으로 부모 세대의 적극적 지지까지 얻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드라마와 영화의 경우 컴퓨터그래픽(CG) 및 영화기술의 발전을 배경으로 창의성과 한국정서 플롯의 스토리텔링이 주요한 성공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한류의 성공에 대해 일각에선 한국문화의 정체성이 결여된 콘텐츠라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이제는 '어디서 만들었느냐(made in)'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만들었느냐(made by)'가 중요해진 시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한류 콘텐츠가 국내 문화시장의 주류로 등장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대중문화 시장에서 90년대 이전에는 주로 팝송 ,할리우드 영화가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한국영화 점유율을 보면 94년 15.9%에서 2019년 51%, 2020년 68%로 점차 확대일로에 있듯이 한국문화 콘텐츠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위원은 한류바람을 타고 정부 조직에 관련 기구가 세워졌는데, 결코 간섭을 하지 말고 후원으로만 그쳐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프로젝트에 지원하기보다 문화예술인 개인이나 단체에 직접 지원해서 스스로 프로젝트를 개발토록 해야 하고, 평가 등을 통한 간섭도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전에 서태지가 처음 무대에 등장했을 때 평론가들이 "이것도 노래냐"며 무시하는 발언을 했지만, 문화 소비자들과 대중들은 국가나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와 달라 한 때 서태지를 문화대통령으로 까지 치켜 올린 사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현장의 문화현상을 정부가 기획하거나 주도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 위원의 발표 이후 이어진 질의와 코멘트에서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은 국내 문화시장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는 초·중·고교에서 가르치는 음악과 미술 등 문화교육을 감상 위주로 전환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