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허용한 차이잉원 정부 예상 밖 승리 美와 무역관계 중요하다 판단 中 관영매체 "주민이익 배신"
지난해 미국산 돼지고기 문제로 몸싸움 벌이는 대만 의원들[타이베이 AP=연합뉴스]
대만인들이 18일 국민투표를 통해 락토파민 함유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허용한 차이잉원 민주진보당(민진당) 정부의 손을 들어준 것은 중국에겐 뼈아픈 일격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중국 관영 매체들도 "민진당이 주민의 이익을 배신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로써 향후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논란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과의 협력 강화를 원하던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정부가 지난해 12월 가축 성장 촉진제인 락토파민 함유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전격 허용하면서 시작됐다.
락토파민 함유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문제는 겉으로는 대중의 건강과 관련된 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대만과 미국, 중국 간의 복잡한 삼각관계가 반영된 문제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원하던 대만이 돼지고기와 쇠고기 수출 장벽을 없애 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었다. 이는 중국의 압박 속에서 안보를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위한 양보 조처로 해석됐다.
대만 축산업계와 노동계 등은 예상대로 강하게 저항했다. 여기에 야당인 국민당이 가세해 국민투표를 치르게 됐다. 야당의 '국민 건강 위협' 주장과 민진당의 '미국과의 관계 강화' 주장이 국민투표에서 정면으로 맞붙은 것이다.
국민투표 결과는 민진당이 패배할 것이라는 각종 여론조사와 달리 약 20만 표의 비교적 근소한 차이로 부결됐다. 락토파민 함유 미국산 돼지고기가 대중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강한 우려에도 다수 대만인이 정부 결정을 이해하고 유지하자고 결론 내린 것이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날로 거세지고 있어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해석으로 풀이된다.
중국으로선 예상 외의 결과가 뼈아플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매체는 안건이 부결된 배경에 관해선 설명하지 않은 채 "민진당이 주민의 이익을 배신했다"며 거세게 비난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19일 사설에서 "민진당이 최근 몇 달간 중요한 문제를 제쳐두고 대규모 정치 동원으로 대만을 혼란으로 이끌었다"며 "민진당의 승리가 대만 주민의 이익을 배신했다는 진실을 감출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민진당에 대해 "집권 전에는 락토파민 돼지고기 수입을 단호히 반대하더니 집권 후 강력한 옹호자가 됐다"며 "락토파민이 함유된 돼지고기를 수입하겠다는 태도는 국민의 건강을 희생해 미국을 껴안고, 외세에 무엇이라도 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양수기자 ys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