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서울 관악구와 경기도 동두천, 화성시 등 수도권 일대에서 집값 상승세가 눈에 띄게 둔화하면서 가격 하락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지난 13일 조사 기준 관악구 아파트값이 작년 5월 18일 조사 이후 약 1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을 멈추고 보합 전환했다. 관악구의 경우 최근 대출 규제 등으로 매수세가 위축된 가운데 일부 시세보다 하락한 가격에 거래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말 한차례 보합을 기록했던 강북구는 2주 연속 0.01% 상승했고 광진구·도봉구·금천구(0.02%)와 성동구(0.03%), 노원구·마포구·영등포구(0.05%) 등지는 서울 평균을 밑돌며 보합에 가까워졌다.
올해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였던 경기도와 인천 아파트 시장은 집값 고점 인식과 최근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공시가격 1억원 이하 거래 정부 합동조사 등이 맞물리면서 매수세가 빠르게 위축되고 가격 상승폭도 큰 폭으로 둔화됐다. 경기도는 10주 연속 아파트값 상승폭이 축소되면서 10월 초 0.41%였던 상승률이 이번주 조사에 0.11%로 줄었다.
특히 지난주 0.11% 상승했던 화성시의 아파트값은 한 주 만에 -0.02%로 하락 전환됐으며 동두천시도 지난주 0.01% 상승에서 이번주 -0.03%로 내렸다. 지난주 0.05% 올랐던 하남시는 이번주 보합 전환됐다.
화성시의 아파트값이 하락한 것은 2019년 10월 14일 -0.01% 이후 2년 1개월 만이고 동두천시의 가격 하락은 지난해 9월 21일 -0.04% 이후 약 1년 2개월 만이다. 동두천시와 화성시는 수도권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평가됐다는 인식 속에 최근 광역급행철도(GTX) 건설을 호재 삼아 투자수요가 대거 몰리며 올해 들어 가격이 급등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기준으로 화성시의 올해 11월까지 누적 상승률은 21.75%, 동두천시는 20.98%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집값이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기준금리가 1.5%가 되면 집값은 올해 6월 대비 약 10∼17%가 빠진다. 그 정도 하락하면 지난해 가격이 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남 3구(서초구·강남구·송파구)의 경우 현금을 주고 아파트를 산 사람이 많아 하방 경직성이 크다고 보고 있으며, 6억원 이하 아파트가 많은 노·도·성(노원구·도봉구·성동구)에는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까지 해 매수한 사람이 많아 가격 하락을 견디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집값이 떨어져도 2016년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달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집값이 확실히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면서 2013년 침체기를 꼽고선 "강남의 일부 아파트가 2010년 대비 2013년에 40% 떨어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의 이런 주장과 달리 내년에도 집값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내년 전국과 수도권 주택매매가격이 각각 2%, 3%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주택산업연구원도 내년 주택 매매 가격이 전국 2.5%, 수도권 3.5% 오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집값 급등의 원인이 정부의 오판 때문이라고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문재인 정부가 주택가격 안정에 실패한 데는 주택시장의 수요·공급량 판단 오류와 이념에 치우친 비전문가들에 의한 정책 주도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라며 "차기 정부에서 이러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시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정책추진 능력이 있는 전문가가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정부 들어 급등한 집값 때문에 민심은 회복불능 상태다. 올해 10월 KB부동산 통계에서 올해 집값 상승률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시기보다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나자 온라인상에서는 "IMF 때도 이렇진 않았는데, 한 번도 경험 못 한 나라답다"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