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니, 밭 전, 싸울 투, 개 구.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란 뜻이다. 조선 태조(太祖) 이성계가 정도전에게 팔도(八道) 사람의 품성을 물었다. 정도전은 4자(四字) 품평을 했다. 경기도는 '경중미인'(鏡中美人, 거울 속 미인), 충청도는 '청풍명월'(淸風明月, 맑은 바람과 밝은 달), 전라도는 '풍전세류'(風前細柳, 바람에 하늘거리는 버드나무), 경상도는 '송죽대절'(松竹大節, 소나무·대나무 같은 절개), 강원도는 '암하노불'(岩下老佛, 바위 아래의 늙은 부처), 평안도는 '산림맹호'(山林猛虎, 산림 속의 사나운 호랑이), 함경도는 '이전투구'라고 평했다.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처럼 강인하다는 뜻이었으나 고향 사람을 개에 비유하자 이성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러자 정도전은 함경도 사람은 강인함뿐만 아니라 '돌밭을 가는 소'(石田耕牛)처럼 우직한 품성도 있다고 재빨리 말을 고쳤다. 그러자 태조의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이렇듯 원래 이전투구는 부정적으로 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후대에 가선 오직 이기기 위해서 볼썽 사납게 싸운다는 의미로 변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정치가 '개의 싸움'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후보들의 행태는 국가나 국민을 위하기 보다는 상대방을 깎아 내리는 일에만 골몰하는 '밑바닥' 수준이다. 공정한 경쟁을 벌이면서 대안을 제시하는 일부터 해야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국민들을 위한 진흙탕 싸움이라면 국민들이 응원할 터인데, 자신의 이익을 위한 싸움이라 추잡스런 모습이다. 그러는 사이 국민들의 환멸감과 피로감은 쌓여만 간다.
요즘의 대선판을 보면 사상 최악의 '난장판 선거'가 될것 같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전투구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니 '너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현실판 '오징어 게임'이다. 더 큰 문제는 대선 이후다. 싸움이 가관이니 대선이 끝나도 그 후유증이 심각할 것 같다. 이러다간 나라가 무너질 판이다. 코로나 대유행 속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있는 서민들만 불쌍하다. 어려울 때일 수록 한마음 한뜻으로 가야한다. '자신에겐 인색하고 남에겐 관대하라'는 자인타관(自吝他寬)의 속뜻을 대선 후보들은 되새겨야 한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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