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만나 노동이사제 찬성하고 하루뒤 경영계 찾아 "기업자율" 상반되는 입장에 유권자만 혼란 전문가들도 "효과 미지수" 진단
윤석열(왼쪽)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노동계와 재계를 잇달아 만나 '친노동', '친기업' 등 서로 이질적인 발언을 하면서 노동·기업 정책 방향에서 유권자의 혼선을 빚고 있다.
노동계와 만나서는 공공부문 노동이사제와 공무원·교원 타임오프제(노동조합 전임자 유급 근로시간 인정) 도입 등 친노동 입장을 밝혀놓고, 이튿날 재계를 만나선 '기업 자율'과 '규제 완화'를 강조하는 등 양쪽의 표심을 동시에 노리는 모습이지만, 효과엔 의문부호가 따라붙고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후보는 지난 9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15일 한국노총,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와 번갈아 접촉하며 맞춤형 메시지를 냈다. 윤 후보는 이날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을 비롯한 경제계 인사들과 간담회에서 "성장은 무조건 중요하다"며 "기업이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게 하기 위해서는 민간이 알아서 하게 둬야 한다"고 자유 시장경제 옹호론을 폈다.
윤 후보는 "제가 차기 정부를 담당하게 되면, 법조인으로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규제의 틀, 전체적인 법 체제 개혁을 반드시 이뤄낼 생각"이라며 "자본시장법이나 건설업법이나 모든 분야에서 국민안전과 관계되는 게 아니라면 철저하게 네거티브 행위규제(일정 부분만 규제하고 나머지는 모두 규제하지 않는 것)로 제도를 바꾸겠다"고도 했다.
최 회장이 함께 건의한 '경제안보' 중시 대책에 대해서도 청와대 안보실이 기존 외교·안보와 경제안보를 통합해 다루는 방안을 언급하며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했다.
이날 대한상의와 비공개 간담회에선 윤 후보가 지난 15일 한국노총과 접촉해 찬성 입장을 밝힌 공공부문 노동이사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병민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윤 후보는 공무원·교원에 대한 타임오프제를 지원할 때가 됐다는 찬성 의지를 분명히 언급했고, 노동이사제도 당에서는 다소 어렵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윤 후보와 당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윤 후보를 수행한 김은혜 선대위 대변인은 "정부의 밀실행정을 방지하고 준법경영을 함께 이뤄내겠다는 취지로서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제안이 들어온 걸로 안다"며 '(윤 후보는) 사회적 합의와 함께 이게 추진된다면, 이를 시행해보면서 또 그때 가서 (민간부문 확대 여부 등을) 한번 판단하고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노동이사제와 타임오프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이자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약"이라며 "여야 대선후보가 한 목소리를 내는 만큼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다"면서 12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주장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표를 얻으려고 다양한 이익단체들과 만나 맞춤형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며 "효과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을 약속한 건 노동계 표가 민주당 쪽으로 많이 흘러가지 못하도록 하려는 카드라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민간부문에 도입하려 한다면 문제가 심각하겠지만 공공부문 도입해 성과를 판단해 보겠단 건 경제계와 노동계에 다른 말을 한 건 아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