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미국 켄터키주 브레먼의 81번 고속도로 주변에 토네이도가 휩쓸고 지난간 뒤 가구와 목재, 자동차가 뒤엉켜 있다. <브레먼 A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미국 중부를 강타한 토네이도(회오리바람)로 켄터키주(州)에서만 최소 70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되는 등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앤디 비시어 켄터키 주지사는 11일 기자회견에서 "약 320㎞ 구간을 휩쓸고 지나간 토네이도로 이 주에서만 70명 이상이 숨진 것 같다"며 "사망자가 10여개 카운티에 걸쳐 100명이 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참사를 두고 "켄터키 역사상 최악의, 가장 파괴적이며 가장 치명적인 토네이도 사태"라며 "대대적인 파괴는 내가 평생 봐온 그 무엇과도 다르다"는 말로 비통함을 표현했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ABC·CNN 방송 등에 따르면 밤새 최소 22개의 토네이도가 발생했고, 켄터키와 아칸소·일리노이·미주리·테네시 등 중부의 6개 주를 휩쓸면서 최소 84명이 목숨을 잃었다.
켄터키 메이필드시의 양초 공장, 일리노이의 아마존 물류창고, 아칸소의 요양병원 등이 토네이도에 휩쓸려 파괴됐다. 완전히 무너져내린 양초 공장에는 당시 약 110명의 사람이 있었는데 이 중 약 40명이 구조됐다. 비시어 주지사는 "그 공장에서 많은 생명을 잃게 될 것"이라며 "아주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켄터키에서 피해가 집중된 지역인 메이필드시는 사람이 살던 마을이라고는 알아보기 힘든 지경이 됐다. 파괴된 건물과 돌풍에 부러진 나무의 잔해가 인구 약 1만명의 이 도시 곳곳을 덮었다. 도로는 뒤틀린 금속판과 끊어진 전깃줄, 만신창이가 된 차가 뒤엉켜 아수라장을 방불케했다. 이 도시의 유서 깊은 교회인 '메이필드 퍼스트 유나이티드 감리교회'는 거의 완전히 붕괴됐다.
캐시 오낸 메이필드 시장은 "오늘 아침 시청에서 걸어 나올 때 도시가 마치 성냥개비(더미)처럼 보였다"고 CNN에 말했다. 이 도시는 정전에 수도 공급마저 끊겼으며, 이날 밤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경찰서와 소방서도 파괴된 상태다. 은행가인 스티븐 엘더는 "모든 게 사라졌다"며 "모든 역사적 건물들이 무너져 내렸다. 수백 년간 있었던 교회들도"라고 탄식했다.
켄터키주 전역에선 밤새 구조대원들이 소집돼 거센 비바람 속에서 무너진 집이나 건물에 갇힌 사람들을 수색했다. 주 방위군 180여명도 투입돼 생존자 수색과 대피를 돕고 있다.
일리노이주 에드워즈빌에서는 토네이도에 직격탄을 맞은 아마존 물류창고가 크게 붕괴돼 최소 6명의 사망자가 확인됐다. 경찰은 전날 밤 토네이도가 덮칠 당시 이 창고시설에 직원 약 50명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으나, 이후 정확한 인원 파악에 애를 먹으면서 실종자 수를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테네시주에서도 최소 4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레이크카운티에서 2명, 오비언카운티와 셸비카운티에서 각각 1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미주리주에선 세인트루이스 서쪽의 디파이언스를 덮친 토네이도에 84세 여성 1명이 자택에서 죽고, 또 다른 어린이 1명도 집에서 목숨을 잃었다. 아칸소주에서도 요양시설에서 1명, 상점에서 1명 등 모두 2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토네이도 피해 지역에 물자·장비·인력 등 연방 자원의 투입을 지시하고, 켄터키에 대해선 연방정부 차원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것은 우리 역사상 가장 큰 토네이도 대량발생 사태 중 하나일 것"이라며 "이것은 비극이다"라고 말했다.
AP에 따르면 1900년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토네이도 피해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1925년 3월 미주리·일리노이·인디애나를 강타한 토네이도로, 695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편 미 남동부와 테네시 밸리 일대에선 추가로 폭풍경보가 내려져 주민들과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11일(현지시간) 토네이도가 휩쓸고 지나간 뒤 폐허가 된 미국 켄터키주 메이필드 한 주택의 모습. <메이필드 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