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12일 "저희 선대위는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오로지 국민을 위한 실사구시·실용주의 선대위"라며 "국민의힘도 실사구시·실용주의 정당으로 확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선 승리 공식을 따르는 움직임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윤 후보는 이날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열린 새시대준비위원회 현판식에서 "새시대준비위는 국민의힘 선대위에서는 아직 담기가 쉽지 않은 분들로, 우리 중도와 합리적 진보를 다 통합해가는 (위원회)"라며 "새시대준비위가 뉴 프론티어(신 개척지)에서 국민의힘이 확 바뀌게끔 도와줄 것이고, 국민의힘에 아직 직접 참여하기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을 다 담아 국민이 원하는 정부가 탄생하도록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가 이날 현판식을 하면서 출범시킨 새시대준비위원회는 윤 후보 직속 독립 조직으로,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위원장을 맡아 6개의 본부 등을 산하에 두고 윤 후보를 돕게 된다. 과거 민주당에 몸 담았던 사람도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날 윤 후보가 외친 실사구시·실용주의는 이명박 정부가 앞세웠던 구호여서 주목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중반에 들어서며 중도·실용주의를 '정부의 근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에 김 전 대표를 위원장으로 영입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맞붙었던 지난 2012대선 때를 떠올리게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호남에서 절대 열세였으나, 정통 DJ(김대중) 계로 상징성이 있는 한화갑 등을 영입하면서 결국 51.6% 득표를 얻어 당선됐다. 윤 후보가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필승공식'을 도입해 외연 확장을 하는 셈이다.
한편 윤 후보는 내년 3월 대선 이후 정치권 전망과 관련해 "저희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지금 민주당도 많이 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집권시 여소야대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거대 의석을 지닌 여당의 분당까지 포함해 여러 변수가 생길 것이기 때문에 국정운영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정계 개편이라는 것은 정치권력을 쥔 사람이 억지로 하는 게 아니고, 국민의 희망과 수요에 정치권이 유연하게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12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열린 새시대준비위 현판식에 참석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 후보측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