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 안정 강한 필요성
중앙정치국 정책 최우선 과제
"안정속에서 나아감 견지해야"
'부동산 개혁' 고삐 늦출듯

시진핑 중국 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AP=연합뉴스 자료사진]
시진핑 중국 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AP=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 부동산기업 헝다가 유동성 위기로 파산 낭떠러지에 처하면서 중국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경기 위축의 핵심 요인이 된 부동산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중국 당국이 '안정'을 내년 경제 운용의 최우선 목표로 제시하면서 정책 우선순위 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공산당의 중추 기구인 중앙정치국은 6일 내년 경제 운용 방향을 주제로 한 회의에서 가장 먼저 경제 안정 유지를 강조했다고 인민일보가 7일 보도했다.

정치국은 "내년 경제 업무를 펴는 과정에서 '안정'이라는 단어를 가장 우선하는 가운데 온중구진(溫中求進·안정 속에서 나아감)을 견지해야 한다"며 "적극적 재정정책과 온건한 통화정책을 계속 실시하는 가운데 재정정책의 효율성은 높이고, 통화정책의 유연성을 높여 유동성 수요를 합리적으로 충족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당국이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의 문을 열 내년 가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경제·사회 안정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음을 시사해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과거 정치국 회의와 비교했을 때 이번 정치국 회의에서 경제 안정 메시지가 크게 강조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왕타오 UBS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회의에서는 안정적 성장이 최우선 임무로 규정됐다"며 "이번 정책 기조 조정은 부동산 위축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포함한 경제 하방 압력의 가중 상황을 의식하고 실무적 조정으로 대응하겠다는 고위층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유동성 위기가 중국 채권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연례 경제 회의(중앙경제공작회의)를 앞두고 중국 지도부가 모여 2022년 경제 안정을 약속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또한 경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부동산 규제 완화로 정책기조를 전환했다. 전날 정치국 회의에서는 부동산 규제 정책의 변화도 예고됐다.

정치국은 부동산 분야와 관련해 "주택 시장이 주택 구매자의 합리적 주택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지지하고 부동산 산업의 건강한 발전 및 양성(良性) 순환을 촉진한다"고 언급했다.

정치국은 이날 과거 부동산 억제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으레 쓰던 '집은 사는 곳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 표현을 들어내는 대신 '부동산 산업의 양성 순환'이라는 말을 새로 넣었는데 시장에서는 당국의 부동산 정책 기조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로빈 싱 모건스탠리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분야와 관련한 어조가 더 비둘기파적이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중국 수뇌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으로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주택담보대출 및 부동산 개발업체의 사업 자금 대출 활성화 등 각종 규제 완화 조처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한다. 왕타오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활력 약화 흐름을 되돌릴 만큼의 (고강도) 부양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부동산 하방 압력을 완화하고 경제 경착륙을 방지하기 위해 향후 수개월에 걸쳐 정책이 더욱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심각한 부동산 경기 위축 현상은 당국이 작년 하반기부터 주택 가격 안정 및 부동산 산업 거품 제거 차원에서 강력한 부동산 산업 억제 정책을 펴면서 초래됐다. 중국 당국은 이른바 '3대 마지노선' 제도를 도입, 헝다처럼 차입에 주로 의존한 사업 구조를 가진 부동산 개발 업체들에 금융권의 대출이 어렵게 만들었다. 아울러 중국은 주택담보대출 총량 관리를 통해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제한하고 주민들의 주택 구매 자격 문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주택 수요도 강력히 억눌렀다.

결국 세계적 원자재 가격 상승, 코로나19 지속 확산 등의 복합 악재 속에서 중국의 경제 둔화 위기가 고조되자 중국 정부가 '부동산 개혁'의 고삐를 늦추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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