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적용되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편안 발표가 임박하면서 카드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거센 카드업계 반발에 금융당국은 통상 11월 발표되던 일정을 더 미뤄 시간을 두고 타협점을 찾는데 고민하고 있다. 수수료 인하에 무게가 실린 만큼 인하폭을 두고 당국은 인하폭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6일 금융당국 및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당정협의를 거친 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수수료 개편안은 당초 지난달 말 발표예정이었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수수료 재산정 문제가 민감하게 떠오른 만큼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앞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수수료 개편안 발표를 앞둔 지난 17일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가졌으나 별다른 합의를 보지 못했다. 간담회가 끝난 후 고 위원장은 "가맹점 수수료 문제는 앞으로 여러 의견을 들으면서 결정해 나가야 하는 상황으로, 세부적인 부분의 협의를 통해 연말까지는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맹점 수수료율 공방이 가열되는 가운데 수수료는 인하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지난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2년간 13차례에 걸쳐 낮아졌으나 현 코로나19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의 부담 경감을 고려해 이번에도 정부와 여당은 추가 인하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 수수료율은 2012년 여신금융전문법 개정에 따라 3년마다 재산정된다. 금융당국이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과 마케팅 비용 등 원가(적격비용)를 들여다본 뒤 적정 수준의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한다. 이를 감안하면 카드사들의 올해 실적 호조도 인하 요인으로 고려된다.
하지만 카드업계의 주 수익원인 가맹점 수수료가 꾸준히 낮아지면서 카드사들은 이번 수수료 인하를 어떻게든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2년간 신용결제 부문에서 카드사들은 약 13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내년 1월부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까지 받게 되면서 수익성은 더 악화될 환경에 처해 있다.
이에 카드업계에서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현행법상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완전히 폐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에 대해 앞서 고 위원장은 "법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바꾸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법 개정이 이뤄진다 해도 카드사, 가맹점, 소비자 등 관계자들의 얽혀있다.
이에 대신 적격비용 재산정 시기를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산정 주기 변경은 법 개정 없이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재산정 시기 연장이 이번 개편안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향후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 발표되는 새 수수료율은 내년부터 2024년까지 적용된다. 한편 수수료 인하게 무게가 실리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위한 당근책을 제시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오는 7일 취임 후 첫 여신업계 CEO들과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김수현기자 ksh@
고승범(안줄 왼쪽 4번째) 금융위원장이 지난 17일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금융 전문가 및 여신전문 금융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