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인상·공급망도 불안한데
불확실성에 오미크론 악재까지
계획수정 손도 못대고 "지켜보자"

1일 인천공항에서 방역복을 입은 관계자가 통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인천공항에서 방역복을 입은 관계자가 통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새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이라는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서 기업들의 내년도 사업전략 수립에도 비상이 걸렸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 등 기존 악재도 만만찮은데, 오미크론이라는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말 그대로 '시계제로'에 '제로'가 더해진 상황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그룹, LG그룹 등 주요 기업들은 이미 내년 사업계획의 윤곽을 확정해놓은 상황에서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망연자실하고 있다. 기업들이 세운 2022년 경영계획에는 오미크론 변수가 고려되지 않은 탓이다. 그렇다고 오미크론의 파장이 어느 정도 미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장 기존 계획을 무턱대고 수정할 수만도 없다.

삼성의 한 임원은 "일단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은 임직원 인사를 단행 직후 바로 글로벌전략회의를 연다. 이는 삼성의 관행이다. 삼성은 매년 글로벌전략회의에서 계열사 2022년 경영전략을 바탕으로 그룹의 큰 그림을 완성해왔다.

즉 삼성 계열사들의 2022년 경영계획 초안이 완성돼 있는 것이다. 오미크론 변수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개될 경우 삼성전자가 지난 8월 밝힌 3년 간 240조원 투자계획 일정도 차질이 우려된다.

삼성전자는 올 초부터 인공지능(AI) 등 신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글로벌 M&A를 2023년 전에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고, 재계에서는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미국 현장경영 이후 M&A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측했었다.

LG그룹도 지난 10월 말부터 계열사별 사업보고회를 개최하고 각 계열사 별 내년도 사업계획을 이미 점검한 바 있다. 당시 오미크론이 등장하지 않았다.

SK그룹 역시 2050년 이전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글로벌 파이낸셜 스토리' 장기 계획 하에 각 계열사 별 사업계획의 윤곽을 잡아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그룹 관계자는 "오미크론 파장의 크기를 짐작할 수 없으니, 이를 반영한 경영전략 수립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단 '위드코로나' 이후 줄여왔던 재택근무 전환 비중을 다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방역 대책 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거리두기 강화의 직격탄을 맞는 여행, 유통 업종의 기업들은 더욱 전전긍긍이다. 유통 대기업은 해외사업이나 국제물류, 국내 방역조치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항공업계는 '위드 코로나' 이후 늘리려 했던 국제선 운항 횟수를 다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여행업계 역시 해외상품 판매 중단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유업계도 오미크론 변이에 따른 소비 위축 우려로 인해 모처럼 회복하던 실적에 악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전자·자동차 업계에서는 오미크론 백신이나 치료제가 단기간에 나오지 않을 경우 확진자 발생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 등을 우려하고 있다. 전자업계에서는 당장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있을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인 CES(소비자가전쇼) 2022 참가 여부도 재검토 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새 변이가 델타변이보다 더 치명적이고 위험하다면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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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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