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추행 보도되자 “돕겠다” 문자 메시지 수습하려고 깊숙이 개입한 정황도 포착 입장 바꾼 CNN “알던 것보다 크게 개입”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왼쪽)과 친동생인 크리스 쿠오모 CNN 앵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CNN 방송의 간판 앵커이던 크리스 쿠오모가 친형이자 전 뉴욕 주지사인 앤드루 쿠오모의 성추문에 깊숙이 개입했던 정황이 드러나면서 무기한 정직 처분을 받았다.
CNN 대변인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크리스에게 추후 평가가 나올 때까지 무기한 정직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뉴욕주 검찰은 전날 크리스가 주지사의 성추문 대책회의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던 행적이 드러난 수사 자료를 공개했다.
CNN은 지금까지 크리스를 옹호하는 입장이었다가 그를 둘러싼 비난 여론이 고조되자 결국 퇴출을 결정했다.
CNN 대변인은 당초 크리스의 행적이 규정 위반에 해당했다면서도, "동시에 우리는 그가 가진 독보적 입지를 존중했으며, 그가 직장보다 가족을 우선해야 했다는 점도 이해했다"고 해명했다.
대변인은 "하지만 검찰 자료로 볼 때 크리스의 개입이 우리가 알던 것보다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며 입장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크리스는 형이 성추행 파문으로 지난 8월 주지사직을 사임한 뒤에도 앵커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고, "고문이 아니라 형제였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크리스는 쿠오모 전 지사가 결혼식장에서 만난 여성 얼굴을 만지면서 "키스해도 되겠냐"며 추행한 사실이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3월에 보도하자 형의 보좌관 멀리사 디로사에게 "내가 돕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후 크리스는 디로사와 밀접하게 접촉하면서 언론 보도 동향 점검 등 사건 대응과 정보 수집에 적극 힘을 보탠 것으로 드러났다.
크리스는 2013년 CNN에 합류해 지금까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쿠오모 프라임 타임'이라는 간판 시사 프로를 진행했다. 그는 특히 친형의 성추행 파문이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그를 방송에 출연시켜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시켜주고 코로나19 대책을 홍보하는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주지사의 여성 보좌진 등이 줄줄이 성추행 피해를 폭로하고 나섰고, 이를 수습하는 데 크리스가 개입한 정황이 불거지면서 지난 5월 CNN 내부에서도 경고음이 나왔다.
당시 CNN은 크리스의 이런 행보가 "부적절하다"고 봤으면서도 징계 등을 내리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의 형인 쿠오모 전 주지사는 3차례 뉴욕 주지사를 지낸 아버지에 이어 2011년부터 뉴욕주를 이끌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적극적인 대응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성추행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여성 보좌진 등이 줄줄이 성추행 피해를 폭로해 결국 지난 8월 주지사직을 사임했다. 형사 고소도 이어져 내년 초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