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여기까지다" 칩거 들어가 패싱 논란·인선 강행 등 원인 갈등 장기화 땐 대악재 위기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원구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 방문해 청년 창업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당 대선후보와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관련 갈등 속 돌연 잠적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는 결별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윤 후보가 선대위 인선 '마이웨이'를 강행하며 '파열음'이 커지자 당 안팎에서 윤석열 독단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정권교체'를 위한 윤 후보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국민의힘 당 대표실은 30일 "금일 이후 이 대표의 모든 공식 일정은 취소됐다"고 밝혔다. 사실상 '당무 보이콧'이다. 이 대표는 앞서 전날 밤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란 짧은 메시지를 남긴 뒤, 이날 오전 9시로 예정됐던 언론사 주최 포럼 참석 일정부터 전면 취소했다.
이를 두고 최근 '이준석 패싱' 논란 연장으로 중앙선대위 직책과 대표직까지 내려놓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자택에서 두문불출 중인 이 대표는 페이스북 글을 쓰던 시점, 당 일부 초선 의원들과 마포구 한 일식집에서 폭탄주를 곁들인 만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칩거 원인으론 본인 반대에도 윤 후보가 아동·여성 대상 범죄 심리분석 전문가 이수정 경기대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단에 영입한 점, 김 전 위원장이 거부감을 드러냈던 김병준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의 역할 고수, 윤 후보의 2박3일 충청권 방문 일정 일방 통보 시비 등이 거론된다.
이 대표 측에선 선대위가 당초 구상과는 멀어졌다며 "대표가 '더 이상 역할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반면 윤 후보는 이날 충북 청주에서 2차 전지 강소기업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패싱 논란 원인' 질문에 "잘 모르겠다"며 "저는 후보로서 역할을 다 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권성동 당 사무총장이 윤 후보 지시를 받고 서울 노원병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찾았지만 이 대표를 만나진 못했다.
국민의힘 중진들은 신속한 사태 수습을 촉구했다. 조경태 공동선대위원장은 "우리 모두 겸손하게 한 마음이 돼 오로지 정권 교체를 위해 매진해야 한다"고 했다. 김태호 의원은 "차, 포 다 떼고 이길 수 있는 판이 아니다. 당 대표까지 설 자리를 잃으면 대선은 어떻게 치르나"라며 "윤 후보가 리더십을 발휘할 때"라고 했다. 김태흠 의원은 "대선 후보, 당 대표, 선대위 핵심 인사들 왜 이러나"라며 "제발 정신들 차리라"고 비판했다. 홍준표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패싱 당할 바엔 상임선대위원장을 사퇴하고, 당 대표로서 당만 지키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선대위 파열음 장기화가 윤 후보에 대악재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한켠에선 이 대표가 '원톱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영입을 관철하기 위해 '시위' 중이란 관측도 나왔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당론이 정권교체를 위해 한쪽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데 (이 대표가) 후보가 하는 걸 계속 중간에 막아서고, 마음대로 잠적하면 콩가루 집안이다. 유권자가 어떻게 믿고 표를 주나"라며 "결국은 정권교체 실패하면 다들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물 건너 간 김 전 위원장 영입을 위해 후보 권위와 리더십에 상처를 낼 순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윤 후보 지지율 하락이 임박했다고 내다보면서 "여당의 물타기 선거전략에 물타기로 대응해야 하는데, 그 1인자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라며 김 전 위원장을 영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지난 11월29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여성위원회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