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대표실 "금일 이후 李대표 모든 공식일정 취소"
李, 전날 심야 SNS에 "그렇다면 여기까지, ^_^p" 尹 보이콧설
전날 선대위 인선·일정 패싱설 커지며 尹측과 공개갈등
김기현 원내대표 "안타깝고 죄송"…선대위 구성엔 "후보 중심"

지난 11월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준석(가운데) 당 대표가 김병준(오른쪽 첫번째)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에게 먼저 공개발언을 하기를 권유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지난 11월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준석(가운데) 당 대표가 김병준(오른쪽 첫번째)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에게 먼저 공개발언을 하기를 권유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0일부터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했다. 대선 국면 초유의 제1야당 대표 선거운동 보이콧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당대표실은 이날 당 출입기자단 공지에서 "금일 이후 이준석 당대표의 모든 공식 일정은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9시 한 언론사 주최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오전 7시55분쯤 급작스럽게 일정을 취소했다. 뒤이어 이날 오후를 비롯해 '금일 이후 모든 공식 일정 취소' 공지가 나온 것이다. 대표실은 "당 관계자 등 언론에서 보도되는 당대표 관련 모든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도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부인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29일) 밤 페이스북에 웃음 표시(^^)와 함께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긴 바 있다. 약 50분 후엔 '^_^p'라는 이모티콘만 써서 올렸다. p는 엄지를 거꾸로 내린 모양으로, 구체적인 의미는 알 수 없지만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문제와 이른바 '당대표 패싱' 시비가 계기가 된 것 아니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여기까지'라는 언급을 두고 이 대표가 현재 1인2역 겸직 중인 중앙선대위 공동상임위원장과 홍보미디어본부장 자리를 내려놓을 결심을 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 출연한 라디오 방송 등에서 '김종인 영입' 논란의 핵으로 떠오른 김병준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의 지난 26일자 기자회견, 윤 후보의 2박3일 충청권 방문 일정 등을 사전에 공유 받지 못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윤 후보 측 인사들이 당대표-대선후보 일정 차질을 유도해 '이간질'을 한 데 따른 결과라는 주장도 폈다.

다만 이 대표는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 후 김 전 위원장 영입을 시도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과 함께 "김 전 위원장 영입 과정은 꼭 영입하려는 사람들이 꼭 '(똥인지 된장인지) 뭔가 찍어 먹어봐야 하는' 느낌으로, 꼭 그 다음 단계에서 깨달음을 얻는 경우가 있다"며 각을 세웠다. 김 상임위원장에 대해 "전투지휘 능력으로 실적이 있지는 않기 때문에 그 부분이 우려가 된다"고 직접 혹평하기도 했다.

윤 후보가 여성·아동 대상 범죄 분석 전문가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한 것도, 이 후보가 '당의 철학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온 인사 영입이란 점에서 패싱 소재로 거론됐다. 이와 관련해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은 조수진 최고위원은 "윤 후보는 이 교수에 대해 '이대녀(20대 여성)뿐 아니라 폭넓게 지지층이 있다. 이런 분을 모셔야 한다'고 말했다"고 후보가 영입 의사를 강조했다고 전하며 대치했다.

특히 조 최고위원은 "선대위가 닻을 올리며 최고위원이나 이런 직함은 활동이 중단되는 것으로, 저도 최고위원 직함은 내년 3월9일까지 중단하고 공보단장에만 충실할 것"이라며 "저뿐만 아니라 이 대표를 비롯한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와 조 최고위원은 그동안 지도부 내에서 대선 경선준비위원회 갈등, 곽상도 전 의원 국회의원 제명 여부 등에서 이견을 빚으며 긴장을 형성해온 바 있다.

윤 후보도 전날 충청권 일정 도중 이 대표의 이 교수 영입 반대에 "대덕에 와서 국가의 미래를 이야기 하는데, 정치 이야기는 여기서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이 대표가 충청 일정을 사전 인지 못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정치 이야기는 제가 오늘 여기서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거리를 뒀다.

세종시 방문에 동행했던 김 상임위원장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저한테도 선대위에서 '세종을 가는 거로 저희들이 계획을 했는데 가시겠습니까'라고 얘기한 게 (지난 28일) 오후 늦게다. 실질적으로 그 스케줄이 다 확정돼서 저한테 통보된 게 그 전날 밤 10시 반"이라며 이 대표 패싱설을 반박했다. 그는 "실무 차원에서 흠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다"며 기획 단계에서 그 정보가 밖으로 이제 빠져나간 것 같다"고 재차 실무선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당 지도부 내에서 수습은 김기현 원내대표가 나섰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당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정책 혁신이나 인물 혁신 그리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가는 국민의힘의 모습이 지금까지의 모습과 조금 다르게 비춰지고 있는 것 같아 대단히 안타깝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선대위 구성을 포함해 당이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데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직 사퇴 여부에 대해선 "상황을 더 파악해보려 한다"며 "제가 평론가가 아니기 때문에 팩트를 가지고 말씀을 드려야지 평론을 말하기는 어렵다"라고 했다.

한편 김 원내대표는 회의에 앞서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자리에선 이 대표의 이 교수 영입 반대 관련 질문에 "본인(이 대표)이 어떤 얘기 했었는지 제가 다 일일이, 비서가 아니니까 알 수가 없는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당사의 총괄선대위원장실을 비워두고 김 전 위원장이 올 때까지 기다리느냐'는 물음엔 "제가 왈가왈부하면 뭐라고 분란을 일으킬 게 아닌가"라면서도 "후보 중심으로 돌아가야 되는 것이니까 후보의 의견을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당 지도부와 선대위 관계자들이 의논해 하는 것"이란 원칙을 언급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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