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이 지난달 본사 T타워 수펙스홀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이 29일 SK텔레콤과 SK스퀘어(신설법인)으로 인적분할한 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변경 상장해 거래가 재개된다. 이 가운데 SK스퀘어는 자회사 원스토어 IPO(기업공개)를 알리며 출범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SK스퀘어는 원스토어를 시작으로 그간 저평가됐던 자회사들의 '제 값 받기'를 추진 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첫 출발에 나선 원스토어의 흥행 여부가 주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지난 1일 인적분할을 통해 SK텔레콤과 SK스퀘어로 출범했다. 두 회사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주식 매매거래정지 기간을 거쳐 29일에 SK텔레콤, SK스퀘어로 각각 변경 재상장한다. 기존 주주들은 5 대 1로 액면 분할된 SK텔레콤 주식을 0.61 대 0.39의 비율로 존속 회사인 SK텔레콤과 신설사인 SK스퀘어 주식으로 나눠 갖게 된다. 거래 전 마지막날인 지난달 25일 SK텔레콤 종가는 30만9500원, 시가총액은 22조3026억원이었다.
신설법인인 SK스퀘어는 반도체기업인 SK하이닉스를 비롯해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원스토어, 콘텐츠웨이브, 드림어스컴퍼니, SK플래닛, FSK L&S, 인크로스, 나노엔텍, 스파크플러스 등 16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SK스퀘어의 자회사 IPO와 M&A(인수·합병) 등 두 축을 주식 가치를 평가할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 ICT투자전문회사로 사업을 영위하는 구조가 아닌만큼 투자, M&A, 자회사 IPO 등 향후 움직임에 따라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26조원인 순자산가치를 2025년까지 약 3배에 달하는 75조원까지 키우는 것이 목표다. 특히 주요 비상장사들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만큼 이들의 성공적인 IPO 안착이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당장, 그룹 내 'M&A 승부사'로 불리는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박 대표는 "통신 사업과 반도체 ICT 투자가 각각 맞는 툴로 정비되면 주주 여러분께 이 가치를 돌려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SK스퀘어는 첫 IPO 주자로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를 택했다. 지난 26일 SK스퀘어와 원스토어는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고,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IPO에 나선다고 공식화했다. 상장 주관사는 NH투자증권, KB증권이며 SK증권이 공동 주관사를 맡고 있다.
지난 2016년 출범한 원스토어는 구글, 애플 등으로 양분화 된 앱 마켓 경쟁 속에서 '토종 앱 마켓'으로 존재감을 부각했다. 지난해 당기 순이익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올 3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7.8% 성장한 전체 거래액을 달성했다. 원스토어는 국내 뿐 아니라 국경을 넘어 '글로벌 멀티 OS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부문에서 공격적인 투자도 이뤄질 전망이다. 그간 SK하이닉스는 과거 지주사의 손자회사로 M&A에 제약이 있었지만 SK스퀘어 자회사로 편입된 만큼 반도체 사업 투자가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위원은 "SK스퀘어 자회사 포트폴리오 가운데 11번가, 티맵모빌리티, 원스토어의 경쟁력 확보 여부에 따라 NAV(순자산가치)가 증가하고 NAV 할인율 축소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며 "기존 포트폴리오를 활용한 투자 자회사의 경쟁력 향상과 사업 기회 확보 등의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특별 배당을 통해 회사와 사업 성과를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