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벌4이상 자율주행 주제 토론
사고 보상·보험 제도 서둘러야
美 'ADS 프로바이더' 책임 논의
"보상·보안 명확한 법 기준 필요"

정구민 국민대 교수가 19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개최한 '레벨4 이상 자율주행'에 대한 기술영향평가 공개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KISTEP 제공
정구민 국민대 교수가 19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개최한 '레벨4 이상 자율주행'에 대한 기술영향평가 공개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KISTEP 제공
애플이 2025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 출시를 추진하며, 테슬라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나선 가운데, 기술적 완성도 뿐만 아니라 제도·문화적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자율주행차 간 사고 시 사고책임과 보상, 보안, 자율주행차에 수집되는 개인정보 처리 등의 규정을 구체화해 '회색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성익 법무법인세종 파트너 변호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19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개최한 '2021년 기술영향평가 공개 토론회'에서 "자율주행차가 멋진 신세계가 될지 여부는 '사고 시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과실이 몇 대 몇이냐'는 문제에 대한 답이 나오느냐에 달려있다"면서 "아직은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고민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사람이 운전대를 잡지 않고 자율주행시스템이 운행하는 레벨4 자율주행에 맞춰, 사고보상·보험제도에 대한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레벨4 이상은 운전자나 승객의 조작 없이 운행이 가능한 수준을 말한다. 토론회에서는 전문가와 시민들이 자율주행차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 의견을 공유했다.



세계 각국은 이미 레벨4 시대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호주는 자율주행 운영시스템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한 만큼 법적 권리·의무의 주체에 대해 'ADS(자율주행시스템) 엔티티'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운전자, 자동차 회사, 자율주행시스템 운영사 등 여러 가능성을 상정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ADS 프로바이더'라는 시스템 공급주체가 책임을 지도록 하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황 변호사는 "국내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논의가 안 되고 있다. 결국 사고 시에는 보험이 개입할 텐데 이를 위해선 법이 명확해져야 한다"면서 "책임의 주체를 법적으로 명확히 정한 후 기술적 판단에는 보험사, 행정기관, ADS 공급자단체 등으로 구성된 판단기구가 참여하고, 이를 토대로 법적 절차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안과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한 최소한의 기준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정단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자율주행지능연구본부장은 "자율주행차 실현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역기능, 개인정보보호, 기술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윤리적 이슈 등을 논의해 사용자 수용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레벨4 이상 자율주행차가 수집하는 보행자 얼굴이나 차량번호 등의 개인정보는 보호와 활용이란 양면성을 갖고 있다"면서 "개인식별정보, 민감 정보, 익명화, 비식별 조치 등의 정의를 명확화하고 최소한의 비식별화 기준 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구민 국민대 교수(전자공학부)는 "혼다가 올해 레벨3 자율주행차를 최초로 상용화하는 등 본격적인 자율주행 시대가 열리고 있다"면서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는 진정한 자율주행 기술인 레벨4는 당분간 자율주행 셔틀이 주를 이루겠지만, 자동차·교통 비즈니스모델의 전면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정 교수는 자율주행차의 공유가 일어나면서 주문형 교통서비스가 선보이고, 자율주행 트럭을 이용한 물류서비스,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개별 물품배송, 쇼핑·물류·저장·배송 융합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자율주행 트럭이 상용화되면서 세계적인 트럭 운전자 부족현상에 숨통을 틔워 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택시·버스·택배·화물차 등 교통·물류·배송분야 일자리에 영향을 주고, 이는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재관 한국자동차연구원 스마트카연구본부장은 산업현장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지금을 놓치면 미래는 없다. 절대적으로 스피드가 중요한 시기다. 우리나라가 강한 제조업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혁신기술을 조합해 산업을 키워야 한다"면서 "정부와 민간이 역량을 모아서 시장 중심의 사업모델을 만들고, 제도·규제 개혁, 민관 협력 기술개발, 산업플랫폼 구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도로의 차선이 희미해지면 자동차가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는 만큼 지금보다 더 엄격하게 도로 인프라를 유지해야 하고, 해킹에 대한 보호장치, 보행자의 돌발행동 등 인간의 감정적·윤리적 판단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민포럼 패널에 참여한 이재성씨는 "택시·버스 기사, 화물차 운전자의 타 직종 강제 전업, 폐업을 포함해 기존 내연기관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드는 부품에 따른 고용 감소 등 밸류체인 종사자의 구조조정, 지역간 양극화, 주행거리 증가로 인한 에너지 소비 확대 등 자율주행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과기정통부는 매년 파급효과가 큰 미래 신기술을 선정해 관련 영향을 논의하고 대응방안을 찾기 위해 기술영향평가를 실시한다. 기술영향평가 결과는 관련 정부부처에 전달돼 R&D사업 연구기획이나 정책 마련에 활용된다.

컨설팅기업 KPMG는 2035년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이 약 1334조원으로 지난해 약 8조5000억원에서 15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시장도 지난해 약 1509억원에서 2035년 약 26조1794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시장조사기업 IHS마킷은 2040년 연간 3370만대의 자율주행차가 판매될 것으로 예측한다. 우리 정부는 2027년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고 있다.

조선학 과기정통부 성과평가정책국장은 "레벨4 이상 자율주행 기술이 미칠 다양한 영향을 고려해 발전방향이 수립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조선학 과기정통부 성과평가정책국장이 19일 '레벨4 이상 자율주행'에 대한 기술영향평가 공개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KISTEP 제공
조선학 과기정통부 성과평가정책국장이 19일 '레벨4 이상 자율주행'에 대한 기술영향평가 공개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KISTE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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