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5일 농어촌 5G 공동망 시범 상용화에 나선다. 사진은 SK텔레콤이 5G 기지국을 설치하는 모습. SK텔레콤 제공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및 신재생에너지 정책추진이 본격화 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서도 각광받고 있는 5G 기지국 공동구축·주파수 공동사용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5G 시대를 맞아 국내 이통사들의 탄소배출량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농어촌 5G 망 공동활용 사업이 본격화 된다.
18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4사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5G 상용화 직전인 2018년과 비교해 약 16.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증가세가 이어지면 5년 후인 2025년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2.1배로 늘어나게 된다.
이동통신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증한 배경에는 5G 상용화와 함께 기지국을 비롯한 관련 인프라 구축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는 5G 상용화 이후 현재까지 약 20만국의 5G 기지국을 구축했다. 이들 통신사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대부분은 '전기먹는 하마'로 불리는 IDC(인터넷데이터센터)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무선국의 전력사용이 포함된 간접가스 배출량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5G 무선국이 늘어날수록 탄소배출량이 늘어나는 실정이다. 특히 5G의 경우, 4G 서비스인 LTE보다 직진성이 강하고 도달 거리가 짧아 기지국을 더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실제 ICT산업의 전력소비 중 80%가 무선 액세스네트워크(RAN)를 구성하는 무선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내년에는 5G 전국망 구축이 본격화 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통신사들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또한 5G 시대를 지나 테라헤르츠 대역의 주파수 대역을 활용하는 6G 시대가 되면 전파 특성상 더 촘촘하게 기지국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탄소배출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전략에 따르면 산업계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규모를 2018년 배출량(2억6050만t) 대비 80.4%나 줄여야 한다. 해외에서도 탄소중립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통신업계 차원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이미 EU(유럽연합) 각 회원국들의 전문가로 이뤄진 주파수 정책 자문기구인 EU RSPG(Radio Spectrum Policy Group)는 무선설비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 탄소배출량을 감축시켜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우선, 탄소배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무선국 공동구축과 주파수 공동사용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MWC 2021'에서 공개된 수치에 따르면, 중국 이통사인 차이나텔레콤과 차이나유니콤이 중국 전역 40만개의 5G 기지국을 공동구축 하고 주파수 대역을 공유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70억톤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EU도 '2018 유럽전자통신규범'을 통해 5G 확대를 위한 주파수 공동사용 방안을 제시한 바 있고, 일본의 2·3위 이동통신사인 KDDI와 소프트뱅크는 지난 4월 5G 기지국 공동설치·공유를 위해 양사가 50대 50 지분으로 공동 출자한 '5G 재팬' 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했다.베트남에서도 최대 통신사업자 비에텔과 VNPT, 모비폰, G텔모바일 등 통신 4사가 5G 기지국 1200개 공유를 합의했다.
국내에서도 시범사업 형태이기는 하지만, 오는 25일부터 이동통신 3사간 농어촌 5G 공동망 시범사업에 나선다. 범 국가적 차원에서 이동통신 3사가 지역을 나눠 로밍을 통해 5G 서비스를 공동 제공하는 방식이다. 일각에서는 농어촌만이 아닌 전국적으로 무선국 공동구축과 주파수를 공동으로 사용하게 될 경우, 탄소배출량이 줄어들고, 5G 품질 또한 높아질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한 과기정통부가 '5G 스펙트럼 플랜'을 통해 오는 2023년 이후 5G 차기 주파수를 공급키로 한 바 있어, 망 공동구축 및 주파수 공유 정책이 중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기부는 추가 주파수 확보를 위해 올해까지 3.5㎓ 대역의 인접대역인 3.7~4.0㎓ 대역을 5G용 주파수로 발굴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도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망 공동구축 및 주파수 공유 논의를 본격화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기지국 수를 줄이면서 서비스 품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5G망 농어촌 공동구축 사업을 계기로 통신업계에서도 탄소중립 시대를 겨냥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