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태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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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스위크 표지 사진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두 손을 모은 채 시선을 떨어뜨리며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모습. 침울하고 무기력해 보였다. 표지 제목도 '조 바이든이 대통령직을 지킬 수 있나'였다. 사진 한 장이 바이든이 처한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말해줬다.

요즘 미국사회를 강타하는 유행어가 있는데 바로 '렛츠고 브랜든'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스포츠 경기장에서도 집회 현장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우리말로 하면 "힘내라 브랜든" 정도인데, 바이든을 노골적으로 모욕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듣자하니 그 연유가 '웃프다'.

'렛츠고 브랜든'이라는 구호는 최근 한 자동차 경주대회에서부터 시작됐다. 현장 취재하던 NBC스포츠 기자는 이날 처음 우승한 28세의 브랜든 브라운이라는 선수를 생중계 인터뷰했다. 이 때 관중석에 있던 사람들이 뭐라 알아듣기 힘든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 화면에 포착됐다. 기자는 "관중들이 '렛츠고 브랜든'이라고 환호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송 화면이 이어지면서 관중들이 외치는 구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욕하는 'F**k 조 바이든'인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기자가 욕설임을 알고도 적절치 못해 이같이 재치있게 달리 말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공화당 지지자들은 '렛츠고 브랜든'을 'F**k 조 바이든'이란 의미로 동일시하며 사용하기 시작했다. 의도가 농후한 일종의 정치풍자 밈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바이든이 너무 빨리 잊혀졌다. '렛츠고 브랜든' 속엔 유권자의 분노가 녹아있다. 바이든 지지율은 취임 10개월만에 바닥을 모르고 추락했다. 지난 4월 53%에 달했던 지지율은 지난주 조사에서 38%까지 떨어졌다. 1년차 대통령치곤 유례가 없다. 혼란스러운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물류 대란, 물가 폭등에 코로나백신 접종 의무화 이슈가 잇따르면서 민심이 차갑게 식었다. 대표적으로 민주당 텃밭인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바이든을 응징했다.

바이든이 '엉클 조'에서 어쩌다 '렛츠고 브랜든'이란 오명을 듣게 됐을까. 바이든이 인기가 없는 몇 가지 이유를 추론해 볼 수 있다. 바이든은 1월 대통령 취임 이후 10월까지 언론과 일대일 인터뷰를 가진 횟수가 10차례에 그쳤다. 전임자 도널드 트럼프는 임기 첫해 여름까지 가진 일대일 인터뷰만 최소 50회가 넘었다. 달변가로 불린 버락 오바마는 최소 113차례였다. 하지만 바이든은 언론을 철저히 멀리했다. '엉클 조'라고 불리며 이웃집 아저씨처럼 친근한 면모로 인기를 끌었던 그가 '불통 대통령'으로 낙인찍힌 것이다.

인기가 추락한 건 순식간이었다. 여기엔 잦은 말실수도 한몫했다. 아프간 철군 초기에 "아프간군이 이렇게 빨리 무너질 줄 몰랐다" "지금 아무도 죽지 않았다"고 말해 국정 최고지도자로서 준비없고 책임감도 없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러다 아프간 카불 공항에서 170명의 사망자를 기록한 최악의 테러가 발생하자 CNN기자에게 "빌어먹을"이라고 말했다가 사과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은 물류 공급망 대란, 고용 증가율 둔화 등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게다가 코로나백신 접종 의무화를 밀어붙이다 남아있는 인기마저 날려 버렸다. 심지어 법원마저 "정부의 접종 명령에는 중대한 법적·헌법적 문제가 있다"며 "법원의 추가 조치가 있을 때까지 (접종 의무화를) 중지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여당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스페퍼니 머피 민주당 하원의원은 바이든을 가리키며 대놓고 "인기가 없다"고 했다. 물론 공화당의 공격은 더 가혹하다. 에마 본 전국위원회 대변인은 "바이든은 선거 기간 내내 국민들로부터 숨었다. 그는 대통령이 돼서도 그러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기록적인 인플레이션도 바이든의 목을 조르고 있다. 바이든 경제팀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공화당은 인플레이션을 고리로 바이든의 핵심정책인 '더 나은 재건'이라는 이름의 사회복지 예산안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다. 막대한 예산지출이 안그래도 높은 물가상승률을 더 끌어올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과연 바이든이 대통령직을 무사히 지킬 수 있을까. 연방 하원 전원과 상원 3분의 1을 뽑는 내년 중간선거에서 바이든의 정치적 운명이 결정될 것 같다. '렛츠고 브랜든'이 전화위복의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김광태 디지털뉴스부장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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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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