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경남 하동 지리산에 위치한 서당에서 벌어진 집단폭행·고문 사건의 피해자가 한때 가해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피해 내용이 알려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사건이 공론화되자 피해자로부터 폭행을 당한 다른 학생들의 신고가 이어졌다.
14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경남경찰청은 초등학생 A양(13)에게 폭행과 모욕, 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아청법)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지난 3일 창원지법 소년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양은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 동안 같은 생활관을 쓰는 학생 4명에게 폭행·모욕을 가하고 강제추행을 한 혐의를 받았다. 지난 4월 경찰에 제출된 고소장엔 A양이 피해 학생들의 얼굴 위에 베개를 올려놓고 숨을 못 쉬게 하거나 어깨와 명치 등을 때린 혐의가 적혀 있었다. A양은 또 나이가 어린 학생에게 키스를 강요하고 가슴을 꼬집는 등 아동청소년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하지만 이후 A양은 피해자가 된다. A양의 부모는 지난해 3월 '집단폭행과 엽기적인 고문과, 협박, 갈취, 성적고문 딸아이가 엉망이 되었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란 제목의 국민청원 글에서 "딸아이의 머리채를 잡고 화장실 변기 물에 얼굴을 담그고 실신하기 직전까지 변기 물을 마시게 하고, 청소하는 솔로 이빨을 닦게 했다"며 "가슴 등을 꼬집는 등 성적인 고문으로도 딸을 괴롭혔다"고 폭로했다.
이어 "딸이 이렇게 당하는 당시에는 심각성을 모르고 '이렇게 지내야 하는구나. 나는 약한 애구나'라고 생각하며 지내왔다고 한다"며 "나서지 않으면 너무나 억울한 일이 벌어질까 두렵다"고 호소했다. A양의 학부모는 "가해자들과 서당에 강한 수사와 조사가 필요하다. 가해자 중 1명은 14세 미만으로 촉법소년이지만 모든 가해자가 엄벌을 받도록 해달라"고도 적었다.
청원을 통해 사건이 공론화되자 경찰은 즉각 수사에 나섰다. 경남청은 아동학대특별수사팀을 투입해 지난 4월 서당 원장을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하고 A양의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 3명을 폭행과 공갈, 협박 등의 혐의를 적용해 검찰과 법원 소년부에 송치했다.
하지만 이후 A양으로부터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자가 나타났다. 신고자는 "A양은 본인이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실과 똑같은 고문을 본인보다 더 어린 초등학생들에게 직접 행한 가해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고, A양이 괴롭힘을 받았던 가해자 중 1명도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에 경남청은 A양을 7개월 가량 수사한 끝에 송치 결정을 내렸다. 경남청 관계자는 "수사 결과 고소장에 기재된 혐의 중 폭행 일부와 모욕과 아청법 위반 등에 대해 혐의가 있다고 판단돼 소년부에 사건을 송치했다"고 했다. A양은 다만 촉법소년이라 참고인 형태로 조사를 받아왔다. 소년법상 만 10세 이상 14세 이하인 촉법소년은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돼 소년보호처분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