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이 캐나다·미국 출장을 위해 14일 서울김포비지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단기필마'(單騎匹馬)로 북미 출장길에 올랐다. 국내 재판 등의 일정상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이 부회장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만난 뒤 '뉴 삼성' 구상을 구체화해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고(故) 이건희 회장 흉상 제막식에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고 말한 바 있다.
◇'美 반도체 공급망 해법·백신 주권 강화' 집중 점검할 듯=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삼성전자 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핵심 현안인 반도체와 백신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17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한 뒤 아직까지 공장 부지 등 세부 내용을 확정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자국내·외 기업들에게 반도체 공급망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고, 삼성전자는 미국 상무부와 사전 협의를 거친 뒤 민감한 고객정보 등의 내용을 제외하고 자료를 제출했다.
미국 정부의 후속 조치에 따라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업계에 적잖은 영향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은 직접 현장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최고경영진(CEO)과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 조언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부회장의 북미 출장 기간 중인 15일(현지시간) 미·중 정상회담이 화상으로 열릴 예정인데, 이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5G 무선 네트워크 사업 등의 판세에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미국과 중국 양쪽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가지고 있어, 미중 갈등이 완화될 경우 사업 불확실성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코로나19 백신 공급문제 해소 역시 이번 출장의 핵심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이날 출장길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른 현장 일정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모더나 본사가 있는)보스턴에 갈 것 같다"고 말해 백신 문제 해법 행보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위드 코로나' 방역 완화에 따른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높아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보다 앞서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작한 미국과 유럽에서 확진자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에 해당 국가들은 '부스터샷(추가접종)' 접종을 확대하는 추세다.
국내 역시 지난 13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사망자 수가 32명으로 집계되면서 지난 7월 4차 대유행 이후 최다 기록을 세우는 등 부스터샷 접종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 생산한 모더나 백신의 국내에 도입에 큰 역할을 물밑에서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8월 가석방으로 출소한 직후, 삼성전자·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의 최고경영진이 참여하는 '백신 TF 구성'을 지시해 당초 연말로 예상됐던 도입 시기를 앞당기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를 위해 지난 8월 스테판 방셀 CEO(최고경영자)와 화상회의를 했고, 같은 달 3년 간 24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할 당시에도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 신화'로 구축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바 있다.
◇AI 글로벌 M&A 후보 물색도…연말 조직개편까지?= 이 부회장은 이와 함께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석학인 요수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가 이끌고 있는 캐나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연구센터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40조원 투자계획 발표 당시 AI와 로봇 등 미래 신기술·사업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은 바 있다. 2016년 자동차용 전장 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할 무렵 이 부회장이 하만 인수(2017년 완료)를 주도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AI 기반 기술 확보를 위해 직접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 초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이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실행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정책기간(2021~2023년)내 의미있는 M&A 실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것 역시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다. 재계에서는 이와 함께 이 부회장이 귀국한 뒤 연말 인사에서 대대적인 조직재편을 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오후 사내 게시판에서 '인사제도 개편 사전 안내'를 공지했고, "중장기 인사제도 혁신 과제 중 하나로 이번에는 평가·승격제도 개편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 선언에 이어 인사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기존 7단계 직급 단계를 4단계로 단순화 하는 등의 조직문화 혁신을 추진했으나, 이후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며 급제동이 걸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