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 가석방 이후 첫 해외 출장지로 미국·캐나다를 선택했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방문 이후 13개월만에 글로벌 경영 행보라는 점에 이목이 쏠린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전세기를 이용해 캐나다로 출국한다. 이 부회장은 캐나다에 있는 삼성전자 인공지능(AI) 연구센터를 방문하고, 이어 미국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부지 최종 결정을 위해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미국 출장에 나서는 것은 지난 2016년 이후 5년만이다.
이번 출장은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과 관련된 재판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오는 18일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겹쳐 재판이 휴정하면서 2주 가량 시간적 여유가 생긴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은 당초 9월쯤 미국 출장길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재판 일정으로 출장이 다소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으로 미국 신규 파운드리 공장 부지를 확정지을 것으로 보고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17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공장 증설 투자 계획을 공식화한 후 현재까지 부지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파운드리 공장을 가동 중인 텍사스주의 오스틴시와 테일러시를 비롯해 뉴욕주, 애리조나주에서 총 5개 후보지를 두고 인프라 및 세제 혜택 등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그간 소원했던 고객사 대표들과 만나 소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출장을 통해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와의 미팅을 진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되기도 했다. 퀄컴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주요 고객사 중 한 곳이다.전혜인기자 hye@dt.co.kr
이재용(오른쪽 첫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9년 10월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위치한 삼성 복합단지를 찾아 스마트폰 생산공장 등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