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재 해양과기원 해양ICT융합연구센터장
백승재 해양과기원 해양ICT융합연구센터장
IoT(사물인터넷)를 활용한 통신부터 무인이동체를 이용한 해양탐사, 인공지능 해저로봇에 이르기까지 4차 산업혁명의 무대를 바다로 넓히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망망대해에서는 데이터 확보부터 통신, 에너지 저장·활용까지 육지에서는 손쉽게 처리되는 많은 작업이 훨씬 어렵고 번거롭다. 특히 해양환경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하는 숙제가 바로 전력 공급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진이 바닷물에 담가놓고 쓰는 '해수배터리'로 이를 해결하는 데 도전하고 있다.

리튬 대신 바닷물… 생산 가격 절반 이하로

크기·무게, 리튬이온 배터리의 절반 수준




해양과기원 해양ICT융합연구센터는 해양에서 활용되는 모든 장비와 시설에 적용할 수 있는 해수배터리 시스템을 개발한 데 이어 해수배터리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해양 부착생물 저감기술도 고안했다. 바닷물 속에서 작동하는 해수배터리의 비밀은 바로 '바닷물'에 있다. 배터리의 양극으로 일반적으로 쓰이는 리튬 등을 쓰는 대신 바닷물을 활용하는 것. 덕분에 배터리 크기와 무게는 반으로 줄이면서 용량은 두배로 늘릴 수 있다.

백승재 해양과기원 해양ICT융합연구센터장은 "해수배터리를 활용하면 바닷물을 이용해 전기를 저장하거나 생산할 수 있다. 바닷물에 녹아 있는 나트륨 이온과 물의 화학반응을 통해 생산한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친환경적인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비싼 리튬을 쓰지 않아도 되니 제조비용도 훨씬 낮아진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절반의 크기와 무게로 동일한 전력을 공급하면서 생산가격은 절반 이상 낮아진다. 우리나라가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리튬을 사용하지 않아 기술 독립성도 확보할 수 있다. 해수배터리를 이용한 대용량 전력저장 시스템은 친환경 에너지 포트폴리오에서 의미 있는 섹터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백 센터장은 "해수배터리를 활용하면 바닷물을 무한한 에너지의 보고로 만들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면서 "해양로봇, 부이, 친환경 전기추진 선박 등 다양한 곳에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첫 모듈형 해수배터리 시제품 제작

해양생물 부착 막는 기술·구조물도 개발




해양과기원은 2017년부터 해수배터리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해수배터리 연구의 선구자로 인정받는 김영식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가 개발한 셀 소재를 재료로 바다에서 실제로 쓰이는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 2019년에는 세계 최초로 모듈형 해수배터리 시제품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작년에는 해수배터리 시스템을 위한 배터리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는 한편 기존에 개발한 제품의 장시간 성능 검증을 진행했다.

그런데 해수배터리를 장시간 바닷물에 담가둘 경우 배터리에 부착되는 해양생물로 인해 배터리가 무거워지고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견됐다. 백 센터장이 이끄는 연구진은 초음파와 자외선을 활용해 해수배터리 시스템에 생물이 부착하는 것을 막는 '해수배터리 적용 해양 부착생물 저감 기술'을 개발했다. 부착생물은 배터리 표면의 뻘에 붙는데, 빗 모양의 구조물로 뻘을 빗자루로 쓸듯이 제거하는 구조물도 개발했다.

해수배터리의 성능과 안정성을 높이는 고도화 기술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원하는 용량을 만들기 위해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한 상태에서 여러 개 배터리를 연결하고, 과충전이나 과방전을 방지하는 회로를 개발한 게 대표적이다.

백 센터장은 "작년말에는 남극에서 극저온 테스트도 했다"면서 "이제 상용화를 위해 6개 기업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들은 선박 보조배터리, 소형 레저보트 등에 해수배터리를 적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백 센터장은 "해수배터리는 바닷물로 전기를 충·방전하는 기능뿐 아니라, 공장 등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면 하얀 가루로 만들어줘 비누, 의약품회사 등에 돈을 받고 팔 수 있다. 충·방전 과정에서 나트륨 이온이 빠져나가 담수로 바뀌니 해수담수화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해양 IoT로 통신문제 해결도 나서

바다용 IoT 실해역 테스트 진행




해양과기원 해양ICT융합연구센터는 해양에서의 통신 문제를 풀 수 있는 해양 IoT 기술도 개발 중이다. 수중로봇, 센서 등 해상 IoT 기기가 수집한 정보를 해상통신을 통해 육상으로 전송하면 수중공사, 재해재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수중통신 기술이 발달하지 않다 보니 수중·육상간 통신을 중계해 주는 해상 IoT 게이트웨이를 거치게 되는데, 게이트웨이 설치와 운영에 드는 비용이 너무 높은 것이 상용화의 발목을 잡아왔다. 게이트웨이는 부이 형태로 설치하거나 선박에 실어 현장으로 이동하는데, 이 과정에서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백 센터장은 "이전에도 다양한 방식의 해양통신 기술 개발을 시도했지만 성공적이지 않았다. 2019년 바다용 IoT 개발을 시작해 올해 실해역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면서 "해수배터리와 바다용 IoT를 통해 해양에서도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를 불편 없이 이용하도록 돕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해양과기원 해양ICT융합연구센터 연구진이 개발한 해수배터리     해양과기원 제공
해양과기원 해양ICT융합연구센터 연구진이 개발한 해수배터리 해양과기원 제공
레저용 보트 제조기업 관계자들이 해양과기원의 해수배터리를 채택한 보트를 제작하고 있다.  해양과기원 제공
레저용 보트 제조기업 관계자들이 해양과기원의 해수배터리를 채택한 보트를 제작하고 있다. 해양과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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