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중단됐다 부활한 지방자치처럼 의원내각제 부정적 인식부터 깨야
대통령제는 미국 정도만 성공… 선진국 대부분 의원내각제와 변형시킨 형태
차기 대통령은 명확한 비전·균형·조화 제시하고 미래를 보는 리더십 있어야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견 인터뷰. 박동욱기자 fufus@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견 인터뷰.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영수 교수는 차기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비전, 균형과 조화, 미래를 꼽았다. 비전은 추상적 말로 표현된 게 아닌 대통령이 몸소 실천하는 프런티어 리더십이다. 균형과 조화는 국민 통합이다. 장 교수는 진영간 갈등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은 상황으로 보았다. 마지막으로 미래는 임기 5년 당대 업적에 연연하지 않고 50년 후를 내다보고 욕먹을 각오로 미래 대한민국 모습을 보며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가 되면 지금과 같은 큰 정부, 교수님이 지적하신 '청와대 정부'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요. 반면, 윤석열 후보는 청와대 비서진을 대폭 줄이고 내각이 주도하도록 하겠다고 합니다.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재정의존 정책이니 당연한 겁니다. 윤 후보의 내각주도는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지금까지 민주화 이전은 논외로 하더라도 민주화 이후만 보더라도 국무총리가 어떤 경우는 실세 총리라고 불리고 어떤 경우는 허수아비 총리라고 불렸습니다. 그런데 그게 총리 자신이 유능하고 똑똑해서라기보다는 대통령이 권한을 위임해주고 '알아서 하시오' 하면 실세 총리가 되는 겁니다. 대통령이 직접 다 챙기면 허수아비 총리가 되는 거고요. 결국은 장관들에게 혹은 각 분야 전문가들을 얼마나 믿고 맡기느냐의 문제입니다. 다만 이렇게 하는 것은 안정적이지가 않습니다. 대통령이 마음 바뀌면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제 시스템적으로 안정화될 필요성이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교수님도 자문위원으로 참여하신 2017년 국회 개헌특위가 가동됐었는데, 왜 실패한 건가요.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대통령 선거와 겹쳐서 자문위원들은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정작 특위 위원들인 국회의원들은 대선과 정부 조각에만 온통 관심이 쏠렸지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개헌논의는 국정의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개헌보다도 대선이 블랙홀이었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원인은 30년 동안 쌓인 개헌 이슈들이 한꺼번에 폭발해 혼란이 일어나고 수습이 안 됐습니다. 온갖 요구들이 다 분출되니까 이걸 수렴을 못하고 정리를 못한 겁니다. 시민단체들도 이런 게 필요하다 그러면, 또 다른 쪽에서는 그러면 '동성애 인정하자는 거냐' 이런 식이 논쟁이 일어났어요. 지방분권을 확대해 지방분권제 하자고 하면 고려연방제 따라하자는 거냐는 소리도 나왔습니다. 예상을 못한 상태가 터지니까 이게 조정이 안 되는 겁니다. 세 번째로는 정치권에서 개헌에 별로 적극적이지 않았어요. 당시 후보들을 개헌특위에서 불러다 놓고 개헌 약속을 받고 했지만 결국 유야무야 됐습니다. 이 세 가지 요인에 의해서 실패했습니다."

-아까 교수님 말씀대로 차기 대통령이 임기나 권한에 영향을 안 받는다는 것을 전제로 2027년 이후 발효를 조건으로 개헌을 추진하면 차기 대통령도 적극 나서지 않을까요?

"개헌은 국회에서 의결하니까 대통령과 국회의 의견이 맞아야 하고 또 여야 합의에서만 개헌이 가능합니다. 다시 말해 개헌의 폭도 합의된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는 겁니다. 일방적으로 한쪽에서 원한다고 될 수 없습니다."

-교수님은 헌법 학자로서 어떤 권력구조가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얼마 전 중앙일보 보도를 보니 국민의 60~70% 정도는 여전히 개헌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저는 권력구조에 대해서는 의원내각제에 대해 왜 사람들이 그렇게 불신하고 있을까 한번 좀 파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의원내각제를 제2공화국 때 잠시 했었는데, 실패했다고 낙인찍고 절대로 하면 안 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어요. 사실 우리가 의원내각제를 한 경험은 1년도 안 돼요. 1년도 안 되는 기간을 해보고 평가를 내리는 것은 좀 문제가 있어요. 의원내각제에 대해 국민들이 나쁜 인식을 갖게 된 데는 박정희 정권에서 계속해서 자기 정당화를 위해 제2공화국과 의원내각제를 폄하한 데도 원인이 있습니다. 의원내각제는 쓸모없는 제도고 문제 많은 제도니까 대통령제로 가야 된다고 계속 주입시켰다고 볼 수 있지요."

-그러고 보니 중고등학교 때 의원내각제가 비효율적이라는 교육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의원내각제는 굉장히 비효율적이다, 무능으로 연결되고 부패하기 쉽다, 이런 얘기들이 많아서 그게 국민들 속에 기억 속에 아직도 남아 있는 겁니다. 사실 대통령제는 미국 말고는 크게 성공한 나라가 없어요. 서구 선진국 대부분이 의원 내각제이거나 그걸 좀 변형시킨 것이죠. 분권형이에요. 이제 이런 인식을 좀 깨트려야 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지도자를 직접 뽑아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대통령제는 우리에게 익숙하죠. 의원내각제로 바꾸면 뭔가 문제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초기에는 아무래도 좀 삐거덕거리는 것도 있을 수 있거든요. 근데 비교하자면 30년 동안 중단됐던 게 지방자치입니다. 지방자치도 무능과 부패의 온상이고 어쩌고 어쩌고 해가지고 없앴다가 민주화 이후에 부활되지 않았습니까? 초기에 지방자치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래도 있는 게 없는 것보다 낫지 않냐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의원내각제도 마찬가집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언론이 앞장서서 국민들을 좀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의원내각제에 대해 음모론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터무니 없습니다."

-의원내각제 외에 분권형 대통령제는 어떻습니까.

"국민들이 통치자인 대통령을 직접 선거하고 싶어하는 그런 부분들이 있으니까 그런 것들을 만족시키면서 내각제적 요소를 강화하는, 그래서 실질적인 분권이 되도록 하는 점에 있어서는 분권형 대통령제도 현재로서는 선택 가능한 대안이라고 볼 수 있죠."





-최근 1년여 동안 국회 절대 다수를 점한 여당이 문제가 많은 법률들을 통과시켰습니다. 대북전단금지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경우는 기본권 침해나 부작용이 우려되는 법인데요.

"입법 폭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대 여당이 그야말로 압도적인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으니까 헌법 개정 빼고는 아무거나 다 할 수 있지요. 5분의 3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국회선진화법의 의결충족수도 넘으니까요. 이런 상태에서 그냥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거거든요. 영국같은 경우는 의원 내각제니까 다수당이 과반일 뿐만 아니라 내각까지 구성하니 마음만 먹으면 쉽게 법률 개폐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왜 안 하느냐면, 해보니까 국민들이 싫어하고 결국 다음 번 선거에서 필패하기 때문입니다.국민들 눈치를 봐서 안 하는 거지 야당 봐주느라고 안 하는 게 아니거든요."

-민주당이 영국 정당의 교훈을 배워야겠습니다.

"아마 민주당도 여러 일을 겪으면서 교훈을 얻게 되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바보가 아니니까요."

-시민단체 등에서 국회의원 활동을 평가할 때 법안 발의와 통과 통계를 주요 지표로 삼습니다. 그것 때문은 아니겠지만 무분별한 발의가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일종의 과도기적인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한때는 정부가 발의한 법안들만 통과시키고 국회의원들은 법안을 발의할 생각조차도 안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국회가 입법부가 아니라 통법부라는 얘기를 많이 했었습니다. 국회의원들에게 법안 발의를 하도록 푸시한다는 데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단계를 지났거든요. 그렇다면 법안 자체를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를 평가해야 합니다. 질적인 평가를 해야 합니다. 시민단체에서 질적 평가를 위한 기준들을 세워야죠. 국회의원이 국민 전체의 이익이 아니라 자기 이념이나 진영의 이익에 따라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킨다면 국민여론이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가령 여론조사 같은 걸 통해서라도 '이 법은 문제 있는 법인데 통과시켰다'라는 평가를 해야 하는 겁니다."

-법은 규제 속성을 갖지 않습니까? 규제가 많으면 자유의 폭은 줄어들 수 있고요. 문재인 정부 들어 특히 규제가 많이 늘었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임대차법이지요. 시장을 왜곡시키는 게 아니라 완전히 혼란스럽게 만들었죠. 그럼 이러한 잘못된 법들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 견제장치가 필요한 겁니다."

-어떤 장치가 있나요.

"세 가지 대안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국민들이 직접 나서는 겁니다. 예컨대 국민발안권 같은 것으로 법률안 개정발의를 포함해 국민이 직접 제어하는 방안이 있죠. 두 번째로는 지금처럼 여당 혹은 여당이 아니라도 어떤 하나의 정당이 압도적인 의석을 가지게 되면 그런 식으로 다수의 횡포가 나타납니다. 결국 의석 구조가 편중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사실 지난번 총선에도 득표율(민주당 49.9%, 미래한국당(현 국민의힘) 41.5%)만 갖고 보면 큰 차이가 없었어요. 비례대표에서는 오히려 야당이 앞섰어요(민주당 33.35%(17석), 미래통합당 33.80%(19석)). 그런데도 의석수는 180석 대 103석으로 엄청난 차이가 났습니다. 이건 선거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당초 계획했던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훼절된 이유도 있지만, 선거구획정에도 문제가 있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그나마 있던 군소정당들도 싸그리 다 날아가고 정의당 하나 위축된 상태로 살아남은 겁니다."

-득표율과 의석수가 비례적으로 가야한다는 건 상식적으로도 맞는 말씀인 거 같습니다. 세 번째 입법남발 통제 방안은 무엇입니까.

"세 번째로는 사법적 통제입니다. 법률에 문제가 있으면 헌법재판소가 통제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과거 토지공개념3법의 위헌 여부를 따진 적 있습니다. 초과토지이득세라는 토초세와 택지소유상한제, 개발이익환수제 등이었는데 앞 두 가지는 위헌 판결이 났어요. 결국 사법적 통제가 작동을 한 거거든요. 사법적 통제가 작용을 하기 위해서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대법원, 헌법재판소 등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 영향이 적어야 됩니다. 사법적 통제야 말로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법의 지배'(rule of law)와도 부합합니다. 다수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피괴할 수 있는 우려를 불식시키거든요."

-끝으로 차기 대통령의 리더십은 어때야 한다고 보십니까.

"저는 세 가지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첫 째로는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합니다. 말로만 할 게 아니라 '이걸 위해서 함께 갑시다'라고 말할 수 있는 비전이 있어야 됩니다. 그냥 정의로운 사회, 공정한 사회 같은 이런 막연한 것이 아니어야 합니다. 그건 누구라도 얘기할 수 있어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가장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뭐냐 이걸 찾아서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그걸 위해서 앞장설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이 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 칼럼에서도 썼습니다마는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세계 제1의 강국이 되었고, 그런 가운데 무언가 조금 타성에 빠질 때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뉴프런티어를 들고 나와 국민을 하나로 묶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케네디처럼 비전을 가지고서 국민들을 따르게 만들 수 있는 리더십입니다."

-지금 유력 주자들에게 그런 케네디 정신을 찾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는 통합입니다. 지금 진영 갈등이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예전에 영호남 갈등보다도 어떤 면에서는 더 심한 것 같아요. 막연하게 통합 화합 이렇게만 말해가지고서는 먹혀들지 않습니다. 이미 감정의 골이 너무 깊습니다. 균형과 조화가 절실합니다. 예전에 이해찬 대표 얘기했었던 것처럼 '보수 괴멸' 같은 식으로 해서는 갈등이 깊어질 뿐이지 절대로 해소될 수 없거든요. 보수는 보수의 가치가 있고 진보는 진보의 가치가 있습니다. 올바른 보수 올바른 진보가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쪽으로 가야 됩니다. 보수 쪽의 대통령이 인재를 널리 진보쪽에서 등용하고 진보 쪽에서도 널리 보수 쪽 인재를 등용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그런 균형감각을 지닌 대통령이어야 합니다."

-세 번째로는 어떤 리더십입니까.

"미래를 보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지금 내 임기 동안에 뭘 하고 뭘 않고 이거보다도 임기 이후까지 50년, 100년 후 대한민국을 생각하면서 내 임기 5년 동안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대통령이 돼야 합니다. 후대에 대한민국이 거기에서 발전의 전기를 만들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 대통령이 돼야 합니다. 즉 제가 생각하는 차기 대통령의 리더십은 비전, 균형과 조화, 미래를 제시하고 만들어가는 리더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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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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