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생산 차질로 사업에 일부 타격을 입었던 배터리 산업이 최근 원자재 공급망 문제를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 최근 심화되는 공급망 불안이 자동차 산업 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배터리 산업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9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32.9GWh로 지난해 9월 사용량 대비 성장률은 94%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자동차 시장이 올해 회복기를 맞으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도 가팔랐다. 지난 4, 5월에는 전년 대비 성장률이 200%를 넘기기도 했다. 이후 3분기에 접어들며 성장률이 둔화된 모습을 보였는데, 반도체 수급난의 여파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업체들이 탄소배출 규제로 전기차에 반도체를 우선 배정해 전기차의 생산차질은 내연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했다"면서도 "그럼에도 반도체 수급난으로 배터리 업계에 악영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수급난의 여파는 실제 배터리 업체에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안나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3분기 LG화학의 실적에 대해 "전기차용 전지, 원통형 전지, IT용 전지의 수요 증가에도 고객사 생산 차질로 외형이 감소했다"는 의견을 밝혔고,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실적을 두고 "배터리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이슈, 판관비(연구개발비 등) 증가로 적자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3분기 실적발표 당시 "자동차 전지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른 수요 감소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유럽 자동차 업계의 마그네슘 품귀 우려를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자동차 경량화를 위해 마그네슘과 마그네슘을 원료로 하는 알루미늄 합금을 주로 활용한다.

이미 반도체 수급난으로 신차 인도 기일이 최장 1년까지 밀려있는데, 중국의 마그네슘 수출량이 회복하지 않을 경우 시일이 더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너선 오리오던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 국제무역 책임자는 "2∼3주 안으로 (마그네슘 부족이)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만약 유럽 자동차 업체의 생산차질이 확대될 경우, 유럽 자동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국내 배터리 업계로도 영향이 퍼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난으로 어느정도 영향은 받고 있어 또 다른 공급 이슈가 생길 경우 타격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마그네슘 공급 문제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배터리 업계 다른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잉여 마그네슘 생산 캐파를 조정하기 위해 가동률을 낮춘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며 "필요한 만큼의 마그네슘 생산은 이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마그네슘 등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상황은 여전히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수산화리튬 등 각종 원재료의 중국 의존도도 높아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요소 사태에서 알게 됐듯 중국 수입 비중이 높은 원자재는 언제든 공급 이슈가 터질 수 있다"며 "중국 의존도가 높은 수백가지 원자재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수입 다변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위수기자 withsuu@

LG에너지솔루션 충북 오창 전기차배터리공장 이미지.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 충북 오창 전기차배터리공장 이미지. <LG에너지솔루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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